몸집이 커지는 펀드를 주목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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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국내 펀드 수가 1만 개를 돌파했다. 2004년 1월 잠시 1만 개를 넘어선 이후 4년 만이다. 하지만 당시는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이 시행되면서 운용사들이 밀어내기식으로 펀드를 내놓은 영향 때문이었다. 실제 운용 중인 펀드 수가 1만 개를 넘은 것은 사실상 처음인 셈이다. 국내 간접투자 시장 기반이 그만큼 넓어지고 튼실해졌다는 의미다. 반면 아직도 시류에 따라 급히 만들어졌다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소규모 펀드가 난립하고 있어 거품을 뺄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잇다.

◇펀드도 규모의 경제학=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1만 개를 넘는 펀드 가운데 60% 가까운 5989개가 설정액이 100억원에 못 미치는 미니 펀드였다. 이 펀드를 모두 합해도 총 설정액은 1조7000억원에 불과했다. 사모펀드가 활성화되면서 소형 사모펀드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펀드 시장의 파이를 키운 것은 주식형 공모 펀드들이었다. 특히 일부 인기 펀드에 대한 쏠림 현상이 심했다. 하나대투증권의 집계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펀드 가운데 1조원이 넘는 16개 펀드의 총 설정액은 34조7000억원으로 국내 주식형 펀드 전체 설정액의 절반이 넘었다.

수익률도 몸집이 큰 펀드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 수익률은 비슷했다. 최근 주식시장이 가라앉으면서 1개월 수익률은 규모를 가리지 않고 -7.5~ -8.0%를 기록했다. 하지만 1년 수익률의 경우 1조원 이상 대형 펀드는 2.97%를 기록한 반면 100억원 미만 미니 펀드는 마이너스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로 갈수록 수익률 차이가 더 벌어져 3년 수익률의 경우 1조원 이상 펀드는 147%, 50억원 미만 펀드는 38%로 네 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대형화 초기를 노려야=물론 대형 펀드라고 언제나 훌륭한 성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가장 뛰어난 성적을 내는 시기는 역시 주가가 강하게 상승할 때다. 2005년과 지난해가 대표적이다.

특정 펀드의 시기별 성과를 따져본다면 자금이 쏠리며 규모가 막 커질 무렵의 성과가 두드러졌다. 하나대투증권이 1조원 넘는 대형 펀드들의 최근 3년간 자금 유출입과 주가지수 대비 초과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다. 예컨대 설정액 2조8000억원의 미래에셋 3억 만들기 솔로몬주식형 펀드 1호의 경우 1차로 자금이 몰리던 2005년 말과 2007년 10, 11월엔 주가지수보다 40~50% 높은 수익을 냈다. 1조6000억원 규모 KB마켓스타의 경우 매일 100억~200억원씩의 돈이 몰리며 규모가 갑자기 커지던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코스피지수 대비 초과수익률도 가파르게 상승해 80%를 넘어섰다. 하지만 이후에는 안정화 추세에 접어들었다.

하나대투증권 서경덕 연구위원은 “장기로 갈수록 대형 펀드의 수익률이 좋아지지만 펀드마다 운용 스타일이 다른 만큼 자신의 투자 성향과의 궁합도 함께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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