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롯데, 일주일 만에 웃었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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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장거리 이동. 한반도 최남단 구단 롯데에는 익숙한 일이지만 서울 연고구단 우리에게는 낯설 수밖에 없다. ‘무박2일’의 후유증을 안고 시작된 고된 원정길. 이광환 우리 감독은 “미국 연수 시절 더블헤더 첫 경기가 자정을 넘기더니 두 번째 경기까지 끝내자 오전 3시였던 적이 있다. 그래도 6만 관중 중 절반은 남아 있었다”며 “우리도 좋은 볼거리를 제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구단들은 우리를 걱정 어린 눈빛으로 지켜봤다.

서울 목동구장에서 KIA와 13일 새벽까지 혈전을 벌인 우리는 이날 밤샘 이동 끝에 오전 6시에 부산에 도착했다. 우리 선수들은 롯데전을 1시간30분 앞둔 오후 5시 사직구장에 나타났다. 심신이 지친 선수들에게 이광환 감독이 10달러씩 든 봉투를 돌렸다. 1만원은 쑥스러워 10달러를 넣은 것이다. 액수는 적지만 정성이 담긴 귀한 ‘격려금’이었다.

감독의 뜻에 보답하려는 듯 우리 선수들은 열심히 뛰었다. 3회 초 2사 1, 2루에서 정수성의 3루타로 2점을 선취한 우리는 2-1로 앞선 채 9회를 맞이했다. 6연패에 빠진 롯데에 배려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였다. 9회 말 정수성의 형인 롯데 정수근의 동점 적시타가 나왔다. 이틀 연속 연장 승부로 피로가 극에 달한 우리는 연장 10회 초 2사 만루의 기회를 놓쳤다.

이어진 10회 말 롯데 공격. 1사 2루에서 롯데 정보명의 중전안타 때 우리 중견수 이택근의 3루 송구가 뒤로 빠졌고, 2루 주자 가르시아가 재치 있는 주루 플레이로 홈을 밟았다. 가르시아는 방망이 대신 발로 팀의 연패를 끊었다.

‘무박2일 경기’의 또 다른 주인공 KIA는 너무 쉽게 SK에 무릎을 꿇었다. 목동에서 인천으로, 이동 거리는 짧았지만 후유증이 만만치 않았다. 1회 초 3점을 선취, 기세를 올렸던 KIA는 1회 말 곧바로 6점을 내주며 역전을 허용했다. 전날 LG를 상대로 19점을 뽑아냈던 SK 타선은 지친 KIA 마운드에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 SK는 14-6으로 승리, 9연승을 달렸다.

잠실과 대구에서는 연패 팀들이 승전고를 울렸다. 삼성은 생애 첫 한 경기 2개 홈런을 쳐낸 최형우의 활약 속에 두산을 6-3으로 꺾고 4연패의 수렁에서 벗어났다. 6연패 중이던 LG는 한화를 8-3으로 누르고 최하위에서 탈출했다.

부산=김식 기자, 하남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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