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목동구장에서 KIA와 13일 새벽까지 혈전을 벌인 우리는 이날 밤샘 이동 끝에 오전 6시에 부산에 도착했다. 우리 선수들은 롯데전을 1시간30분 앞둔 오후 5시 사직구장에 나타났다. 심신이 지친 선수들에게 이광환 감독이 10달러씩 든 봉투를 돌렸다. 1만원은 쑥스러워 10달러를 넣은 것이다. 액수는 적지만 정성이 담긴 귀한 ‘격려금’이었다.
감독의 뜻에 보답하려는 듯 우리 선수들은 열심히 뛰었다. 3회 초 2사 1, 2루에서 정수성의 3루타로 2점을 선취한 우리는 2-1로 앞선 채 9회를 맞이했다. 6연패에 빠진 롯데에 배려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였다. 9회 말 정수성의 형인 롯데 정수근의 동점 적시타가 나왔다. 이틀 연속 연장 승부로 피로가 극에 달한 우리는 연장 10회 초 2사 만루의 기회를 놓쳤다.
이어진 10회 말 롯데 공격. 1사 2루에서 롯데 정보명의 중전안타 때 우리 중견수 이택근의 3루 송구가 뒤로 빠졌고, 2루 주자 가르시아가 재치 있는 주루 플레이로 홈을 밟았다. 가르시아는 방망이 대신 발로 팀의 연패를 끊었다.
‘무박2일 경기’의 또 다른 주인공 KIA는 너무 쉽게 SK에 무릎을 꿇었다. 목동에서 인천으로, 이동 거리는 짧았지만 후유증이 만만치 않았다. 1회 초 3점을 선취, 기세를 올렸던 KIA는 1회 말 곧바로 6점을 내주며 역전을 허용했다. 전날 LG를 상대로 19점을 뽑아냈던 SK 타선은 지친 KIA 마운드에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 SK는 14-6으로 승리, 9연승을 달렸다.
잠실과 대구에서는 연패 팀들이 승전고를 울렸다. 삼성은 생애 첫 한 경기 2개 홈런을 쳐낸 최형우의 활약 속에 두산을 6-3으로 꺾고 4연패의 수렁에서 벗어났다. 6연패 중이던 LG는 한화를 8-3으로 누르고 최하위에서 탈출했다.
부산=김식 기자, 하남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