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도둑’ 골다공증 … 뼈에 칼슘 저축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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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후를 위해 얼마나 저축을 하셨습니까.’ 돈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당신의 뼈에 얼마나 칼슘을 축적해 놓았느냐는 질문이다. 골다공증은 ‘조용한 도둑’으로 불린다. 소리소문 없이 뼈의 성분인 칼슘이 녹아버려 골절을 일으킨 뒤에야 실상이 드러난다. 통증이나 증상이 없으니 가벼운 낙상에도 어이없이 당하는 것이다.

중앙대병원 산부인과 박형무(사진) 교수는 ‘골다공증 전도사’다. 대한골대사학회장을 맡고 있으면서 진료실 밖에서 여성들에게 골다공증의 심각성을 알리는 데도 적극적이다. 최근 송파여성문화회관에서 골대사학회 주최(바이엘 칼디비타 후원)로 ‘골다공증 교실’을 개최한 그를 만났다.

◆남편이 챙겨줘야 할 질환=골다공증은 아프지 않다. 예방에 소홀할 수밖에 없는 질환이라는 뜻이다. 환자의 5분의 4가 여성이다. 여성은 70세에 이르면 35∼50%에서 골다공증에 걸리지만 남성은 90세까지 가도 골다공증 발생 빈도는 25%에 그친다.

주범은 여성호르몬이다. 폐경기 이후 에스트로겐이 급속히 떨어지면서 새로운 뼈세포가 자라지 않고, 기존의 뼈세포는 녹아버린다. 척추뼈의 경우 폐경 후 매년 3∼5%나 되는 뼈세포가 없어진다. 그나마 10년 후에야 1% 정도로 골 손실 속도가 늦춰진다.

골다공증에 의해 골절이 된 경우 50%의 환자는 이전의 건강한 생활로 돌아가지 못한다. 25%는 오랜 기간 보호가 필요하고, 사망률도 평균 20%나 된다. 여성이 골절로 인해 사망할 확률은 전체 사망자의 2.8%. 이는 유방암으로 인한 사망률과 같다. 남편이 노후에 아내 수발로 고생하지 않으려면 부부가 함께 뼈부터 챙겨야 한다.

처가 쪽에 골절 환자가 있는지도 살펴보는 게 좋다. 46~80%에서 강한 유전적 성향을 띠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뼈가 약하면 딸에게도 같은 현상이 나타날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뼈대 있는 가문’이란 말은 결코 헛말이 아니다.


◆이런 여성도 위험하다=나이와 무관하게 골소실이 진행되는 여성도 많다. 폐경 이후 나타나는 골다공증을 1형이라고 하면 나이와 무관하게 나타나는 것을 2형으로 부른다.

자궁근종이나 내막증으로 자궁절제술을 받은 여성들이 대표적이다. 재발을 막기 위해 쓰는 약이 월 1%씩 골 감소를 부추긴다. 6개월 이상 약을 쓰지 못하는 것은 이 때문. 난소를 들어낸 여성도 여성호르몬이 급격히 주는 것은 폐경 여성과 같다. 골다공증 고위험군에 속하는 것이다.

약물 중에는 스테로이드가 가장 악영향을 미친다. 하루 5~7.5㎎씩 3~6개월을 사용하면 골감소가 시작되고, 장기간 복용한 사람의 50%가 골다공증에 걸린다. 갑상선 기능항진증에 사용되는 갑상선호르몬제의 과다 사용, 항응고제, 항암제도 주의 대상이다.

흡연과 상습적인 알코올 역시 뼈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여성호르몬의 기능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저체중 또는 운동 부족인 여성의 뼈도 별로 튼튼하지 못하다. 뼈는 자극을 받을 때 뼈세포가 활성화된다. 무중력 환경에서 생활하는 우주인에게 골다공증이 발생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 운동은 하지 않고, 굶으면서 살을 빼는 여성들이 귀담아들어야 할 대목이다.

◆통장에 돈이 많아야 노후가 행복=사람의 뼈는 30세까지 최대골밀도를 유지하다가 이후 점차 감소한다.

나이가 들어서도 높은 골밀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전략이 필요하다. 가능한 한 뼈에 칼슘을 많이 저축하고, 소비는 최대한 줄여야 하는 것이다.

역시 식생활이 대안이다. 뼈의 소재는 칼슘. 평생 넉넉한 칼슘 섭취는 필수 사항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골대사학회가 권장하는 하루 칼슘섭취량은 50세 이상 여성 1200㎎, 일반인은 1000㎎이다. 우유 1㏄에 들어있는 칼슘은 1㎎. 식단에서 얻을 수 있는 하루 평균 칼슘 섭취량이 500∼600㎎이니 적어도 매일 우유 2팩 이상은 먹어야 한다. 치즈·두부·뱅어포·고춧잎·아몬드 등에도 듬뿍 들어 있다.

여기에 꼭 추가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비타민D다. 이 비타민이 있어야 칼슘 흡수량을 높인다. 하루 필요량은 5∼10㎍(200-400IU). 골절을 예방하려면 800IU 이상 권장된다. 웃통을 벗고 15분 동안 일광욕을 해야 얻을 수 있는 용량. 하지만 자외선 차단제를 열심히 바르는 현대인에겐 불가능한 일이다. 식품으로는 연어·고등어·정어리·뱀장어 등 기름진 생선에 많이 들어 있다.

폐경기 이후 또는 2형 골다공증 우려가 있는 여성이 식품으로 칼슘과 비타민D 적정량을 꼬박 챙겨먹기란 불가능하다. 두 가지가 함께 함유된 영양제를 규칙적으로 복용하는 것이 대안이다.

운동(특히 덤벨 등 부하 운동) 역시 골밀도를 확실하게 높이는 훌륭한 처방이다. 술·담배를 줄이고, 건강검진을 통해 자신의 골밀도 수치를 알아두는 습관을 가져보자.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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