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미분양 해법 시장서 찾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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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2월 말 현재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가 13만 호에 육박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상반기 안에 15만 호를 훌쩍 넘어설 것 같다. 그동안 미분양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수도권도 2만 호를 넘어섰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올해 1~3월의 전국 아파트 분양 물량은 지난해보다 2배 정도 많았다. 이 물량이 제대로 소화되지 않으면 고스란히 미분양으로 남게 된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주택시장 분위기가 반전될 것이라고 여긴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기대감이 미분양 해소에는 별 효과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반짝 효과는 서울 강북 지역 등 일부에서만 나타나고 있다.

최근 집값이 오르는 지역들은 대부분 중소형 주택이 밀집해 있는 도심 지역이다. 주택 수요가 도심의 중소형 주택에 몰리는 것이다. 그 이유는 대략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주택 수요자들의 구매력이 감소하면서 소형 주택의 수요만 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집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가격 부담이 큰 중대형을 외면하고, 현재의 규모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규모를 축소하려는 흐름도 감지된다. 둘째, 새 정부 출범 이후 나타나고 있는 도심 재개발에 대한 기대감이다. 도시 외곽의 중대형 아파트로 갈아타기가 어려워진 수요자들이 비교적 구매 부담이 적은 도심의 중소형 주택을 매입해 향후 재개발을 통한 자산가치 상승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셋째, 노무현 정부 내내 시행해온 중형 고가주택에 대한 각종 세부담과 금융규제다.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강남 등 과거 버블세븐 지역의 주택가격이 여전히 약세를 면치 못하는 이유는 중대형 주택에 대한 구매 및 보유 부담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미분양 아파트는 대형 평형이 많고 모두 도시 외곽에 있다. 미분양이 문제가 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정부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우선 정책적으로 왜곡돼 있는 주택수요를 정상화해야 한다. 현재 미분양 아파트는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건설업체들이 ‘고급 브랜드’ 경쟁을 하는 바람에 대형 평형이 많고 가격도 주변보다 비싸다. 그런데 청약가점제를 포함한 현행 주택공급제도는 이런 ‘고가 상품’들을 집이 없는 무주택 서민들에게 먼저 사라고 한다.

조금만 더 있으면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는 더 싼 아파트가 나온다. 당연히 이들은 좀 더 기다릴 것이다. 반면 이미 주택을 보유한 사람들이 주택 규모를 늘리거나 도시 외곽으로 이주하려면 상당한 규제를 받는다. 청약가점제, 재당첨 금지기간, 분양권 전매제한에다 고가 주택의 경우에는 대출규제와 보유세 부담도 늘어난다.

이러니 수요자들이 신규 분양시장에 관심을 가질 리 없다. 사실 지방 미분양 문제는 인구에 비해 이미 주택이 과잉공급이라는 점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더 이상 지역 내 무주택자 위주의 주택공급 정책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수도권 등 외지 사람들의 주택구매를 끌어들여야 한다. 따라서 수도권·지방의 미분양 문제를 해결하려면 억제 위주의 부동산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 특히 수도권에는 주택을 넓히려는 수요를 터주고, 지방에는 다주택 보유를 허용하는 쪽으로의 정책 전환이 요구된다.

흔히들 미분양의 원인을 시장 수요를 고려하지 않고 고급 일변도의 아파트를 지어온 공급자들의 실책에서 찾는다. 그러나 시장의 주택수요를 올바르게 파악하지 못한 정부의 주택공급 정책도 반쯤의 책임이 있다. 강북 등 일부 지역의 집값이 불안하니 주택 관련 규제를 당분간 풀 수 없다는 변명은 시장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이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한 결과일 뿐이다. 이제는 결과인 가격을 문제 삼지 말고 수요와 공급의 진실을 봐야 한다. 아파트 미분양의 해법은 시장 속에 있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