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채권.주식노린다-차명인에 매입시킨뒤 실물보관쉬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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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정부의 비자금 조사 방침으로 각종 비자금이 보다 안전한 장소를 찾아 대거 이동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금융계에서는 비자금을 제도금융권에서 빼돌릴 수 있는 유력한 방법으로 채권.주권을 사 실물로 보관하는 것을 꼽고 있다.
이에 따라 하반기에 은행등 제도금융권에 숨어있던 비자금이 채권.주권쪽으로 옮겨가면서 현금성 금융자산이 감소하는 대신 채권금리가 떨어지고 주식값이 상승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단순히 종합과세를 피해볼 요량이라면 은행의 특정금전신탁등 금융상품에 투자하면 되지만 통장 또는 계좌에 잔고가 남는 것을 피할 수 없어 실체를 감추려는 비자금이 머무르기에는 적당치 않을 것으로 금융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부동산은 실명제 실시이후 자금을 숨기기 어려워졌고 현금보관은너무 부피가 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따라서 채권.주권을 사 실물로 보관하는게 제도금융권을 벗어나는 유력한 방법으로 대두되고 있다.이는 우선 차명인으로 하여금 증권사에 계좌를 열어 채권.주권을 사게한 다음 몽땅 실물로 인출해 넘겨받는 방법이다.
무기명이기 때문에 차명인으로부터 실물을 넘겨받는 순간 완전히 추적이 끊어지기 때문.
채권은 액면 1억원짜리,주권은 1만주짜리가 있어 보관도 어렵지 않다.또 시중에 실물로 돌아다니는 채권이 약 3조~4조원,주권은 약40조원에 달하고 있어 특별히 눈에 띌 염려도 없다는지적이다.나중에 현금화하려면 채권의 경우 만기전 에 다시 차명인을 시켜 증권사에 팔 수 있고,또 사채(私債)시장을 통하면 다소 헐값에 팔게되지만 아예 차명인이 필요없다는 것이다.
채권은 만기가 길고 중도에 이자가 나오지 않는 복리채나 할인채가 인기있을 전망.최근 수요가 늘고 있는 장기국공채나 3년이상 금융채가 이런 부류로 꼽힌다.물량이 없으면 2백70일물 양도성예금증서(CD)를 사놓았다가 내년쯤 물량이 잡 히는 대로 채권으로 옮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주식은 만기가 없어 언제든지 현금이 필요할 때 차명인을 시켜주식시장에서 팔 수 있다.
다만 실물로 보관하면 배당금을 못받게 되는데 배당금이 워낙 적어 무시해도 좋을 정도라는 것.
배당금도 챙기고 싶다면 지급시효가 5년이므로 5년내 적당한때차명인을 시켜 한꺼번에 찾을 수도 있다.
〈高鉉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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