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히로시마 原爆투하50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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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국내 원폭 피해자 2천3백50명(1세)중 가장 많은 5백79명(24%)이 합천군 일대에 거주하고 있는데 이들 대부분은 수족마비.폐결핵.빈혈.위장장애.피부질환.근육골격결합등 10여종의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또 원폭후유증이 「유전된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원폭 피해자라는 사실을 숨기고 살거나 정든 고향을 떠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당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長崎)에 떨어진 원자폭탄으로 인한 한국인 피해자는 모두 7만여명.이중 4만여명은 숨지고 3만여명이 일본과 한국에 흩어져 살고 있으며 현재 국내에는 2세를포함해 8천7백87명이 거주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정부차원의 근본적인 치료나 생계대책이 마련되지 않은데다 원폭환자에 대한 전문의조차 없어 실질적인 치료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미군 B-52폭격기에서 시커먼 물체가 투하되는 것을 멀리서 본 순간 섬광과 돌풍을 만나 정신을 잃어버린 박규묵(朴奎默.78.합천군쌍책면다라리)씨는 현재 국내 원폭피해자들중 상태가 가장 심한 중증환자.
일제의 강제징용으로 끌려가 히로시마 뒷산에서 윗도리를 벗어던진 채 방공호 공사를 하던중 피폭된 朴씨는 온몸에 화상을 입고왼쪽팔 일부가 녹아붙어 펴지 못하고 있으며 다리.팔등은 아직도고름을 짜내야 할 정도다.
『어떻게 살아왔는지 모르는 세월이지만 주위의 냉대와 지독한 가난이 가슴아프다』는 朴씨는 이제 치료를 포기한 상태다.
또 3세때 피폭당한 후 고향으로 돌아온 이재임(李在任.53.
여.합천군합천읍내곡리)씨는 수족마비.언어장애 후유증등으로 지금까지 결혼도 못하고 병석에 누워있다.
이들 원폭피해자는 노령화되면서 여러가지 합병증을 앓고 있지만제대로 치료를 못받고 있으며 주변 가족들도 거들떠 보지않는 경우가 많아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다.
생활보호 대상자였던 권상출(權相出.78.합천군합천읍)씨는 의지할 곳이 없어 대구요양소로 가버렸고,원폭피해자협회 합천군지부장을 맡았던 정기장(鄭基璋.74.합천군합천읍)씨는 중풍이 겹쳐병석에 누워버렸다.
[陜川=金相軫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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