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포럼>後3金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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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대중(金大中)씨의 신당 움직임으로 정계에 큰 회오리가 일고있다.지방선거에서 집권당이 패배할 경우 예상되었던 정치대란(政治大亂)의 전주(前奏)다.DJ측은 이미 시작되고 있는 정계개편의 도화선을 앞당겨 불붙임으로써 정계복귀의 자연 스런 수순을 얻고 내년 총선을 향해 어차피 일어나게 마련인 정계의 이합집산을 선제하겠다는 의도인 듯 하다.
그런 과정에서 「식언(食言)」이니 「위약(違約)」이니 하는 비판들은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못하고 있다.하기야 3金 모두가그들의 정치적 약속이나 발언의 일관성을 곧이 곧대로 지키며 정치를 해온 정치인들은 아니었으니 더 말할 것도 없을는지 모른다.문제는 새로운 3金시대가 과연 정국을 올바른 방향으로 끌어가고 있는 것이냐는 것이다.
김대중씨측은 창당의 명분으로▲지방정부에 대한 책임▲ 젊은이들에 대한 희망▲중산층의 의욕고취▲남북관계 주도▲21세기 대비등5개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김대중씨가 통일을 위해 진력한 것은이해할 수 있다.그러나 삼풍(三豊)참사 속에 건져낸 젊고 건강한 모습의 신세대들에게 이들이 희망과 꿈을 줄 수 있는 정당이라는 것은 어쩐지 억지스러워 보인다.
DJ신당이 진정 이들까지 포용하는 미래지향적인 것이 되려면 그들이 내거는 정강이나 정책을 통한 명분의 분장(扮裝)이 아니라 그것이 진실로 개혁적이고 전진적인 체질과 구조를 가질 수 있어야 할 것이다.현재 우리 정당의 고질적인 병폐 는 말할 것도 없이 지구당을 사유화하고 그것을 놓고 지분(持分)다툼이나 벌이는 것일게다.DJ가 신당을 창당하겠다는 이유도 바로 실제적인 정치적 영향력은 전혀 없으면서도 허수(虛數)와 같은 지분으로 버티려는 이기택(李基澤)총재의 꼴사 나운 당내 정치 때문이라는 점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그렇다면 신당은 그런 것을 얼마나 개선하는가를 구체적으로 보여야 한다.
국민화합책이라는 구여권인사의 수용방침이 개혁적 명분과 어떻게일치하는지 알 수 없다.단순히 내년의 총선당선을 미끼로 세력을규합하고 그것을 발판으로 97년 대권(大權)도전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정략 이외의 다른 모습■ 보이지 못한 다면 그것은 다만 1인체제의 또 하나의 다른 사당(私黨)에 불과하다는 비판을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이에 대응해 민자당은 대통령이 나서서 세대교체를 이룩하겠다고맞서고 있다.하지만 민자당이 주도적으로 세대교체를 할 수 있는힘과 타이밍을 쥐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큰 오산일 것이다.민자당이 그런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면 집권 초반부터 지속적으로 개혁세력의 보강과 수혈을 했어야 했고,지난 지방선거에서도 그런 것들이 나타났어야 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여당은 내부적인 권력갈등의 탓인지,아니면 민심이반현상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는 상황 인식의 왜곡 탓인지 당정(黨政)의 인사방향이나 정책적 방향에서 개혁과 후퇴의 사이,과격 진보와 부패 구세력 사이를 비틀거리며 방황 해왔다.
이제 집권세력이 개혁을 재추진하려해도 그것을 뒷받침해줄 세력과 힘이 있는지 의심받고 있는 것이다.이미 정치의 모래판을 떠난 대통령이 다시 삽바를 잡겠다고 뛰어드는 것은 정치판의 흐름을 무리하게 뒤틀어놓을 염려가 없지 않다.만약 세 대교체가 역사의 순리라면 자유로운 대권경쟁이 시작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고 그 방향을 조절하는 것이 적절한 개입이 아닐까 싶다.
「전(前)3金시대」의 역사성은 민주화투쟁에 있었다고 할 것이다.그것은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그러나 「후(後)3金시대」의 역사적 당위성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그들 스스로가 세대교체와 개혁,21세기와 통일을 이야기 하듯이 새 로운 정치의 지향은 내일을 향해 움직여 가고 있다.물론 여기에 3金이 반드시 배제될 아무런 이유도 없다.그러나 그들이 아직도 공천권과 지분과 지역성,그리고 양김(兩金)정치의 미망(迷妄)속에 갇혀있다면 그들이 끌고 가는 정치의 방향은 역진(逆進)적인 것이되고 말 것이다.
정치를 사당적인 굴레 속에서 쳇바퀴돌듯 하는 좁은 시각에서 보는 시절은 끝나야 한다.
통일과 21세기를 내다보는 큰 틀 속에서 정치판을 재구성하는대구상(大構想)이 필요한 시점이다.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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