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 젊은이에 아동패션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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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유치한 것이 좋다.』 갈색의 양갈래 머리는 분홍색 리본으로묶고,만화가 그려진 티셔츠에 비닐멜빵이 달린 바지를 입고 분홍색 운동화를 신는다.큰 봉제인형이 달린 눈사람모형의 비닐배낭을메고 거리를 누빈다.
신세대젊은이들 사이에 이같은「유치한 패션붐」이 일고 있다.
유치원어린이와 같은 리본,꽃핀,안경알이 달린 장난스런 헤어밴드,비닐멜빵,만화가 그려진 비닐가방,비닐슬리퍼등 각종 유치한 패션소품들로 치장한 젊은이들이 거리를 누비고 있다.
또 짧은 배꼽티에 헐렁한 바지를 멜빵으로 고정시켜 입거나 만화주인공 미니마우스가 입은 것같은 프릴이 달린 분홍색 땡땡이무늬 원피스,만화주인공 캐릭터가 잔뜩 그려진 티셔츠등을 걸친 젊은이들도 눈에 띈다.
올봄부터 급격히 나타나기 시작한 이같은 패션경향은 「유아적 이미지를 강조한 유희적패션」으로 불린다.
이같은 패션경향은 이화여대앞.성신여대앞등 대학가와 압구정동.
명동등 패션거리를 마치 아동용품전문판매상 거리같은 분위기로 바꾸어 놓았다.
또 여성잡지들도 이를 반영,어린이같은 차림새를 한 모델들을 대거 등장시키고 있다.
신촌 그레이스백화점 판촉과 김자경씨는 『사이즈가 큰 아동복을사서 입는 사람들도 많고,만화캐릭터가 들어간 상품이 인기여서 의류뿐 아니라 컵.쟁반등에도 캐릭터를 다양하게 응용한 상품만 모아 파는 매장이 점차 늘고 있다』고 말한다.
가격은 소품 1만~2만원,가방등은 2만~3만원선으로 싼편.
金모(19.S여대1)양은 『꽃핀을 꽂고 인형을 달고 다니는 것이 유치하다고는 생각하지만 이렇게 차리면 마음이 편하고 즐거운 기분이 든다』고 말한다.
패션전문가들은『60년대에는 덜 성숙한 느낌을 주는 인형같은 마른체구에 귀엽고 아기자기한 분위기의 의상을 입히는 인형패션이유행했었다』며 올들어 이같은 유행패션이 현대판으로 재현되고있다고 분석한다.
또 「서태지와 아이들」같은 대중스타들이 아이들복장을 입고 무대에 오르고 디즈니 캐릭터상품등이 대량 수입돼 인기를 끈 것도유치한 패션확산에 한몫하고 있다는 것.
이같은 유행에 대해 일부에서는 온실속에서 성장한 요즘 젊은이들이 사회적 성숙을 두려워해 어린이로 남으려는 심리를 보여주는현상이라며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그러나 서울대 김민자(金敏子.가정대 의류학과)교수는『이같은 경향은 다원화한 사회속에서 획일화된 사고를 거부하고 고정관념을탈피해 나름대로의 익살과 유머를 표현하는 젊은이들의 자유의식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해석했다.
梁善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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