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잡다 중기 잡겠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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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값싼 중국산에 안방을 송두리째 내주란 말인가.”

정부가 25일 발표한 ‘2008년 긴급할당관세 조정’을 두고 동관 업계와 알루미늄박 업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수입관세 8%를 매겨온 정제동관과 알루미늄박이 신규 무세화 품목 34개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물가안정과 산업경쟁력 강화’를 이번 긴급조정의 이유로 내세웠다. 이에 대해 풍산·능원금속공업·대진동관 등 동관 업체들의 모임인 한국동공업협동조합은 26일 ‘정제동관의 무관세화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조합 측은 “원재료인 전기동이나 아연을 무세화해야지, 2차 가공제품인 정제동관의 관세를 없애는 건 관련 업체들의 생존권을 박탈하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에어컨과 냉장고에 주로 쓰이는 정제동관의 국내산 가격은 t당 879만원. 중국산은 현재 t당 876만원이지만 관세를 없애면 811만원이 된다. 조합의 심봉헌 전무는 “국내업체가 공급과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마당에 수입을 부채질하는 할당관세 적용이 어떻게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것이냐”고 말했다.

알루미늄박 제조업체인 L사 관계자도 “정부가 사전 조사 없이 갑자기 할당관세 품목을 늘리면서 업체의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비철금속협회는 27일 이 문제를 놓고 긴급회의를 열어 정부의 보완대책을 촉구했다.

지식경제부는 업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뒤늦게 “국내 산업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정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지경부 관계자는 “동관이나 알루미늄박은 중간재이지만 최종 소비자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 할당관세 품목에 포함한 것”이라며 “앞으로 할당물량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생산업체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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