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비자不正,不便 탓 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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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주한 미국대사관 직원들이 외부인과 짜고 비자를 다량 부정발급(不正發給)해준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미국대사관측은1백여장의 비자가 부정발급된 것으로 밝혀내고 한국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는 것이다.지금까지 드러난 내용은 대 사관직원과 유학알선업체.비자 신청대행기관이 공모해 미국 유학 희망자들로부터1인당 7백만~1천만원씩 받고 비자를 부정발급해 주었다는 것이다. 미대사관측은 국무부의 감사결과 이 비자들은 1차 인터뷰에서 거절당한 서류들로 2차 인터뷰에서 통과된 것이라며 부정관련혐의가 드러난 한국계 여직원 1명을 이미 해고시켰다고 밝히고 있다. 참으로 낯뜨겁고 부끄러운 일이다.부정으로 비자를 발급받았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없이 비난받아 마땅하다.미국으로 가려는목적이나 이유가 아무리 딱하고 급하다고 해도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일이다.이번 사건과 관련된 당사자는 물론,브로커에 대해서는경찰당국이 철저한 수사를 통해 응분의 처벌을 받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사건이 끊이지 않고 일어나는 이면에는 미국측도 고쳐야 할 점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우선 미국 비자를받아본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비자 발급과정이 쓸데없이 까다롭고시간이 걸린다고 불평이다.이번 사건이 터지자 서류를 제대로 갖춰 신청해도 왜 대부분 일단 거절되는지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도 있다.
또 비자 신청인수가 많은데 비해 이를 담당하는 대사관의 인력이나 시설.장비가 크게 부족하다는 주장이 오래전에 이미 제기되었다.서울 광화문 미국대사관앞 비자신청행렬이 매일 새벽 장사진을 이루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도 고쳐지 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특히 미대사관에서는 지난해부터 비자발급때 20달러씩의 수수료까지 받으면서도 이를 인력증원등 비자발급과정의 불편함을 개선하는데 사용하는 것 같지 않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비자부정발급을 뿌리뽑으려면 신청인의 불편이 최소화되도록 제도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미대사관측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비자발급절차를 대폭 개선하고,이에 대한 직원들의 인식이나 자세를 근본적으로 바꾸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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