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에살고재산도키우고>경기도 가평군 李浩英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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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우선 곡차(穀茶)나 한잔 하시지요.』 토요일 오전 빡빡한 일정에 쫓겨 갈길이 급한 기자를 붙들고 이호영(李浩英.41.무역업)씨는 다짜고짜 별채로 안내했다.
부인이 막걸리(곡차)가 다 떨어졌다고 하자 대뜸 이웃집 싸릿문을 열고들어가더니 어디선가 막걸리 한병을 꺼내온다.
『나중에 한말 들여다 주지 뭐.』 막걸리가 떨어지면 주인이 있든말든 이웃집에서 그냥 꺼내 마시고 나중에 말술로 갚는다는 얘기다.지난 3월 1백40만원을 들여 나무만 사다 직접 지은 4평 크기의 별채(원두막)는 여름이 가까워 오면서 제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바로 옆에 조그마한 연못을 파고 연꽃을 띄워 제법 운치를 낸 이 별채에서 그는 밥상을 받고,벗이 오면 막걸리잔을 기울이고,졸리면 낮잠을 잔다.
李씨가 가평읍내에서 약 2㎞ 떨어진 마장리의 대지 1백65평.텃밭 3백50평규모 농가주택을 1억원(땅값만 쳐서 평당 19만4천원)에 마련해 脫서울을 결행한 것은 지난해 11월이었다.
낚시를 워낙 좋아해 북한강이 가까운 이 일대를 자 주 왕래하다가 동네가 마음에 들어 서울 구기동의 전세(5천만원)를 빼고 모아뒀던 돈을 몽땅 털어 왔다.
낚시다니면서 시골사람 사귀는데는 일가견이 있는 그는 집을 구할때도 독특한 방법을 썼다.시골에서는 구멍가게가 소식통이라는 사실에 착안,막걸리를 사마시며 일대 구멍가게 주인들을 모두 구워삶아 이들을 통해 시가보다 훨씬 싼값에 이 집을 구했던 것이다. 집이 허름하기는 했지만 안채 30평,행랑채 10평까지 갖춘 꽤 큰 규모였다.
안채에 수세식화장실.부엌.거실을 마련하고 마당에 잔디를 깐 다음 행랑채 지붕을 초가로 바꿔 운치를 내는데 약 7백만원이 들었다. 올봄에 별채를 또 만들어 총 1억1천만원이 들어갔지만아직도 그가 살던 구기동에서 1억2천만원 주고 연립주택에 세들어 살고 있는 친구에 비하면 마음도 재산도 엄청 부자라고 큰소리치며 산다.
포장도로변에 바로 접해 있는 그의 땅은 지금 평당 30만원은족히 쳐주니 큰소리 칠만도 하다.
그러나 땅값도 적당해야 깔고앉아 사는데 부담이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持論).
벌써 그런 낌새가 보이고 있지만 서울사람들이 자꾸 몰려와 물을 흐려 놓으면 그는 아예 더 골짜기로 들어갈 작정이다.
전원생활을 하려면 남보다 언제나 한발 앞서 나가는 것이 좋은결과를 낳는다는 것을 체험적으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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