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 iN <명장> ‘태평천국’이 어디였더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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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호 18면

영화 ‘명장’의 방청운(리련제)은 태평천국 군대에 병사를 모두 잃고 홀로 살아남은 청나라 장수다. 제국 말기 혼란기였다고는 해도 정규 군대의 장수인 그가 그토록 처참한 패장이 되었던 것은 태평천국이 14년 동안 놀라운 위세를 떨친 기이한 왕국이었기 때문이다.

과거(科擧)에 실패한 학자 홍수전이 세운 태평천국은 기독교와 성경이 낯선 세계와 조우하여 빚어낸 기이한 결과물이었다. 젊은 시절 광시 지방에서 성경의 발췌 번역본을 접한 홍수전은 그 내용과 자신의 꿈을 접목해 스스로를 교주로 세우는 종교를 만들어 냈다. 그가 만든 배상제회는 홍수전을 여호와의 둘째 아들이자 예수의 동생으로 섬겼다. 평등을 주장하여 가난한 농민과 북쪽에서 내려온 이주민을 중심으로 빠르게 세력을 확장한 배상제회는 지상낙원을 건설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대장정을 시작했다.

그들의 최종 목표는 ‘만주족 요괴’들이 나라를 다스리는 수도 베이징이었으나 실제 천경(天京)이 되어준 곳은 대도시 난징이었다. 홍수전은 난징에 단명한 왕조를 세우고 신의 아들이자 지상의 왕으로 군림했다. 훈련을 받은 적이 없는 군대였지만 태평천국 군대는 놀라운 전술을 구사하며 북진과 서정을 계속했다. 당시 그들을 지켜본 어느 아일랜드 용병은 태평천국 군이 정교하게 제작한 화약과 뇌관·도화선을 이용해 성을 공격했다고 기록했다. 태평천국 군은 그뿐만 아니라 땅굴을 이중으로 파 시간차 공격을 하거나 자유자재로 기습 작전을 구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태평천국은 내분으로 무너졌고 난징은 1864년 함락당했다. 홍수전은 그 직전 난징성에서 자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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