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동 이상향 건설 가능성-KBS,소설속해외발자취 추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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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홍길동의 국외 탈출지는 일본의 오키나와였다(?).』 최초의한글소설 『홍길동전』(지은이 허균)의 주인공인 의적 홍길동의 실존여부가 여전히 학계의 논란거리로 남아 있는 가운데 KBS는최근 홍길동이 조선팔도에서 활약하다 무리를 이끌고 이상향 건설을 위해 조선을 떠나 「어디론가」갔다는 바로 그 「소설속 망명지」의 실제흔적 찾기에 나섰다.
그저 민간의 구전(口傳)이나 독자의 상상.그리고 일부 학자들의 미제(未濟)연구소재 정도로만 남아있던 우리 고전소설의 대표작 『홍길동전』의 「미스테리」에 대한 실제 추적작업을 벌이고 있는 문화 규명자는 KBS-1TV의 『일요스페셜』 제작팀.
이들은 한.일 사학자와 흩어져있는 각종 사료들을 통해 한국보다는 주로 일본쪽 학계에서 꾸준히 제기돼온 「주장」을 검증키 위해 홍길동이 이상국가 「유구국」를 세웠다는 설이 있는 일본 오키나와 일대에 대한 1차 탐사작업을 마치고 최근 돌아왔다.
이같은 추적결과,『비록 그것을 뒷받침할만한 구체적인 사료나 물증확보엔 실패했지만 그 가능성은 매우 높다는 심증을 굳히는 성과를 얻었다』는 게 이번 탐사팀의 증언이다.
이 작업에 참여한 연출자 길환영씨는 『홍길동이 과거 오키나와의 국왕이었다는 주장을 펴온 일본 역사학자 가데나(嘉手納宗德.
작고)의 관련 연구자료를 손에 넣지못해 못내 아쉽지만 현지 학자와 현장검증을 종합해 본 결과 사실일 가능성이 짙다는 결론을얻었다』며 『앞으로 계속 양국 학계의 도움을 받아 이의 규명작업을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KBS제작진의 「홍길동 추적」에 참여한 한.일 양국 학자는 홍종필(명지대.사학)교수와 일본의 저명한 민속학자 엔도(遠藤)오키나와 국제대학 교수.
홍길동 흔적 찾기 대상지역은 오키나와의 구메시마(久米島)와 미야쿠시마(宮古島).
이 지역은 일본이 강제로 우리나라에서 데려간 조선도공 후예들의 집단 거주지역이기도 하다.
이번 현장답사에 참가했던 홍종필교수는 『이조실록 연구가인 가데나교수로부터 홍길동이 오키나와에 와서 왕국을 세웠다는 말을 직접 들은 적이 있다』며 『일본학자들도 만일 홍길동이 오키나와지역으로 건너온 시기가 1600년 이후라면 가능성 이 없지만 그 이전이라면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길동의 도해(渡海)시기에 대한 규명작업이 궁금증의 열쇠인 셈이다.
허균이 소설 『홍길동전』을 쓴 시기는 엇갈리나 대략 1600년 전후로 바로 이때 허균은 중국을 오가며 유구국사람들로부터 홍길동 얘기를 전해듣고 이를 소재로 소설을 쓴 것으로 보는 학자들이 많다.
카메라에 담은 소설속 홍길동의 해외발자취 추적은 4월말이나 5월초께 국내 방송될 예정.이를 계기로 이 문제는 한차례 흥미거리 이상의 논란거리를 학계에 던질것 같다.
金光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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