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지킨 ‘영 밸런티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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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북부 이와테현 모리오카(盛岡)시 시와(紫波) 지구. 현청 소재지 모리오카에서 남쪽으로 25㎞쯤 떨어진 지리적 여건 때문에 2000년대 들어 베드타운으로 급부상했다. 주민의 생활은 편해졌지만 범죄와 교통사고가 급증하는 부작용이 뒤따랐다.

그러나 구조개혁의 여파로 경찰 인력은 늘리지 못해 경찰관 수는 108명에 불과하다. 경찰관 한 명당 1100여 명의 시민을 담당하는 셈이다 보니 치안에 구멍이 뚫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교생들이 나섰다. 이 지역의 기타니혼(北日本)고등전수학교 남녀 학생들은 2004년부터 ‘영 밸런티어’라는 자발적인 봉사단체를 결성, 경찰관과 성인 자원봉사대원들을 돕는 활동을 시작했다. 평일 방과후 시간엔 지역 순찰, 질서 유지, 범죄 추방 가두 캠페인 등에 참가하고 일요일엔 평소 등산객들을 노린 범죄자들이 들끓는 등산로의 길목을 지켰다. 이들의 활동에 자극을 받아 중학생·대학생들도 나섰다. 시와지구지역안전추진협의회 시라이와 겐지(白巖賢治) 사무국장은 “젊은이들이 앞장서며 마을 주민 전체가 ‘나도 방범대원’이라는 의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시와지구의 치안은 눈에 띄게 개선됐다. 흉악범이 자취를 감추고 좀도둑도 크게 줄었다. 특히 청소년 범죄가 급격히 감소했다. 2003년 1251건에 달했던 청소년 범죄는 지난해 2003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영 밸런티어’ 대원 다케다 아키노리(武田明憲)는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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