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달러위기,올것이 왔다-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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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그러나 미국의 무절제가 무한정 시장의 법칙을 역행(逆行)할 수는 없는 일이다.외환시장에 대한 달러의 공급이 늘면 늘수록 달러의 가치는 떨어지게 마련이니까.마침내 미국 경제운용에 대한불신이 달러에 대한 불신으로 투영(投影)되어 달 러를 기피하는현상이 일어났다.이것은 미국이 국제통화로서의 달러 가치를 수호할 책임을 포기한데 대한 시장의 반발이라 할 수 있다.미국이 지금이라도 이 위기를 넘길 생각이라면,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말과 같이 재정불균 형에 대한 믿을만한 대책을제시해야 할 것이다.일본에도 올 것이 왔다.끈질기게 수입장벽을고수하고 그토록 많은 나라들에 대해 일방적으로 국제수지 흑자를쌓아 올리고도 무사하기를 바랐다면 생각이 모자랐다 할 것이다.
일본의 흑자정책은 얻은 것도 있었지만 잃은 것도 적지 않았다.
미국과 끊임없는 통상마찰을 불러일으켰고 세계의 무역질서를 왜곡하는 데에 크게 기여했다.만약 일본이 미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제국에 대한 무역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해 보다 과감한 시장개방과함께 역내 투자와 기술이전을 꾀했더라면 아시아 역내무역이 더욱신장되어 대미(對美)의존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고 그를 통해 美日관계에도 좋은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일본은 아시아지역에 대한 개발투자보다 미국 자산취득에열을 올렸고 그 결과 큰 손실을 자초했다.외지(外誌)에 의하면85년부터 지난 10년동안 미국내 자산취득에 열중한 일본 기업들은 엔 가치 상승(부동산가격 하락의 효과는 논외로 하고)으로무려 3천2백50억달러 이상의 손실을 보았다고 한다.앞으로 이러한 손실은 더욱 커질 것이다.
결국 무역흑자의 큰 부분을 미국에 무상(無償)으로 되돌려 주는 셈이 된다.
급격한 엔화절상으로 수출이 큰 타격을 받게 되었고,앞으로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전망이다.기업은 잇따라 생산을 해외로 옮길 것이고 그로 인해 산업의 공동화(空洞化)를 우려하는 소리가 높아질 것이다.결국 엔화의 가치상승은 일본의 영광이 라기보다 무거운 짐이 될 것이다.미국과 일본의 경험이 우리에게 던지는 시사점은 무엇인가.첫째는 미국과 같이 고도로 발달한 의회민주주의도 정책을 크게 그르칠수 있다는 것,둘째는 경제운용이 정도(正道)에서 벗어나면 반드시 그 대가를 치 르게 된다는 것,셋째로2차대전후 영국의 파운드가 국제통화의 권좌에서 물러날때 그러했듯이 앞으로 국제통화위기가 빈발할 소지가 있다는 것,넷째로 타국과의 무역불균형을 고착화하는 일본의 전철을 밟지 말 것 등이다.끝으로 엔화 절상으로 우리 수출이 호조를 누려온 것은 사실이나 이러한 상태가 오래 지속된다고 보아서는 안된다.우리는 이러한 때에 기술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해 다음 국면에 대비해야 하고 경제운용을 더욱 건실화해 국제통화 체제의 불안정과 금융개방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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