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산책>정보화와 정직한 사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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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금융실명제가 이미 시행됐고 부동산실명제도 곧 실현될 예정이다.문민정부가 들어서 실질적인 민주화가 진행돼감에 따라 법을 지키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시대가 곧 오리라 기대된다.
실명제가 정착되려면 법규를 지키려는 의식이 전제조건이며,이를어기는 사람을 즉시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정보처리 기술의 발달은 전국에서 일어나는 모든 거래사항을 수집.분석할 수 있게 한다. 미국의 예를 보면 조그마한 가게에서도 금전등록기로 계산한다.아무리 작은 음식점이라도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또 누구라도 개인수표를 발행할 수 있고,하루 24시간 어느 곳에서나 현금자동인출기를 사용해 현금을 인출할 수 있다.그런 데 우리사회는 어떤가.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없는 업소가 너무나 많다.개인수표를 사용하고 있는 사람은 더더욱 극소수다.현금자동인출기는 제한된 시간에만 사용할 수 있다.무엇보다 큰 차이는 금전등록기를 사용하지 않는 가게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미국에 판매세가 있듯이 우리나라에도 부가가치세가 있다.매일 사먹는 각종 음식에도 10%의 세금이 포함돼 있다.이 세금이 모두 국고로 징수되는지 의문이다.또한 가짜 세금계산서.가짜영수증이 우리들 사이에 만연돼 있다.고액 소득자들이 내는 세금이 봉급생활자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 현실이다.이러한 일이 발생하는 이유는 우리사회가 아직도 선진화된 정직한 사회가 아니고,현재 우리의 정보처리 수준으로는 이러한 부조리를 완벽하게 찾아낼 수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수년 후면 우리나라의 컴퓨터 기술과 정보처리 기술도 더 발달될 것이다.이때가 되면 각종 거래 및 세금에 관련된 모든 자료가 국세청 컴퓨터에 수록될 것으로 보인다.전국민의 신용정도가 전산처리돼 신용을 지키지 않는 사람은 은행 거래는 물론이고 대출도 제대로 받지 못할 것은 뻔하다.부정을 저지른 사람은 이 사회에서 매장될 것이다.즉 정보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정직한 사회가 될 수밖에 없고,보다 민주적인 사회가 구현된다는 말이다.이를 수용하기 위한 국민의식의 변화와 각종제도 개선이 선행돼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김춘식 한국통신 연구개발원신사업 연구팀장.公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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