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화제>범죄성도 유전된다 歐美학계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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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특정 유전자에 문제가 있을 경우 광포성(狂暴性)이 대대손손 전해질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돼 파문이 일고 있다.
덴마크의 유전학자인 한 부루너박사는 최근 유난히 범죄가 많은한 가계(家系)를 조사한 결과,범죄를 저지른 이 집안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으로 「MAO」라는 효소를 만들어내는 유전자가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이 집안에서는 오빠 가 여동생을 겁탈하는가 하면,칼로 누나를 찔러 중상을 입힌 남동생도 있었고,또다른 남성은 자신을 나무라는 직장상사를 차로 치어 살해하려하는등 범죄가 끊이질 않았다.
부루너박사는 이같은 범죄가 뇌신경물질을 분해하는 MAO효소의결핍에서 비롯됐다고 믿고 있다.그는 MAO효소의 결핍이 범죄를불러오는 한 예(例)로 「세로토닌」이라는 뇌신경물질이 과다할 때 사람들은 쉽게 흥분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상인의 뇌에서는 세로토닌이 MAO효소에 의해 분해되기 때문에 항상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도록 돼있다.
또 美 국립알콜남용및 중독연구소(NIAAA)의 마쿠 리노일라박사팀은 「트립토판가수분해(加水分解)효소」생산에 관여하는 유전자에 변형이 생겼을 경우 역시 세로토닌의 분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최근 밝혀냄으로써 범죄성이 유 전될 수 있음을 뒷받침했다.
이같은 연구는 일부 범죄자들의 인간성이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라는,즉 성악설(性惡說)을 지지하는 것이어서 첨예한 논란거리로 떠오르고 있다.프랑스의 유전학자인 렌헹박사는 『범죄란 아주 복합적 요인에 의해 유발된다』며 『설령 범죄성 이 유전된다하더라도 모든 범죄를 「범죄 유전자」와 연관시켜 생각하는 것은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같은 신중론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자들은 범죄성이 유전된다는 일종의 심증같은 것을 갖고 있다.클린턴 행정부는 얼마전 공공범죄를 최소화할 목적으로 美국립보건원(NIH)에 범죄와유전에 관한 연구를 은밀히 지시한 바 있다.
이 연구를 맡고 있는 NIH의 관계자들은 『범죄와 유전의 연관성을 과학적으로만 연구하고 있을 뿐 사회적으로 이렇다 할 결론이 나온 것은 아니다』며 연구내용의 공개를 꺼리고 있다.
오랫동안 철학적으로 대립해온 성선설(性善說)과 성악설이 머지않아 유전자 연구로 윤곽이 잡힐 수도 있을 것 같다.
金昶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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