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다 해외로 대한민국 세일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2008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추진할 외교안보 로드맵의 키워드는 동맹과 실리다. 이는 당선인의 공약집에서 강조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의 균형과 자주 외교론이 ‘동맹·실용 외교’로 대치될 것임을 예고한다.

 인수위의 한 관계자는 20일 “새 정부가 들어서면 대통령은 올 한 해 거의 매달 해외 어디선가 외교를 펼치고 있을 것”이라며 발로 뛰는 외교를 귀띔했다.

 그의 말대로 이 당선인은 2월 25일 취임식 사절단과의 회담·접견을 시작으로 11월 페루 APEC(아시아·태평양경제공동체) 회담까지 해외를 돌며 올 한 해 ‘현장 외교’를 벌여야 한다.

 취임 첫해 외교 로드맵의 출발점이자 분수령은 3월 말 또는 4월 열릴 것으로 보이는 한·미 정상회담이다. 인수위 측은 로드맵의 우선 과제가 노 정부 기간 벌어졌던 틈을 메우는 한·미 관계의 창조적 복원이라고 밝혔다. 외교가에선 “미국이 워싱턴을 찾는 새 대통령에게 상당한 대접을 할 것”이라는 말이 벌써부터 돈다.

 차두현 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회담은 노무현 정부의 수사적인 한·미 관계를 뛰어넘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선을 앞둔 부시 미국 대통령의 입장에선 한국과의 관계 강화가 외교적 성과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미 관계 복원에 이어 악화된 한·일 관계 개선, 한·중 경제외교 확대, 한·러 자원외교 활성화로 4강 외교가 구체화된다. 이를 기반으로 북핵 폐기에서 국제 공조를 취하는 게 로드맵의 목표라고 인수위 측은 밝혔다.

 일본과의 관계 개선의 신호탄은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의 취임식 참석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신사참배·독도 문제로 갈등했던 일본과는 민감한 이슈를 서로 자제하는 가운데 정상 간 셔틀외교 복원을 논의한다. 당선인은 주최국인 일본의 초청으로 7월 홋카이도에서 열리는 G8 정상회의도 참석하며 국제 외교 무대에 데뷔한다. G8 정상회의는 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이탈리아·캐나다·러시아 정상이 참석한다. 한국 대통령의 G8 정상회의 참석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과는 경제 외교·북핵 공조 확대가 진행된다. 이 당선인은 17일 “중국은 한국의 최대 투자국이자 최대 무역국”이라고 강조했다. 당선인이 중국의 초청에 응해 8월 베이징 올림픽과, 10월 베이징에서 열리는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에 참석할 경우 한·중 간엔 실질적인 경제·교류 확대안이 쏟아질 수 있다.

 러시아와는 자원 외교가 강도 높게 추진된다. 석유·광물 등 자원 수급 다변화를 위해선 중앙아시아 산유국에 미치는 러시아의 입김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외교 당국과 전문가들은 올해 주변국 외교 상황을 그다지 나쁘지 않다는 쪽으로 본다.

 김성한 고려대 교수는 “한·미 관계는 좋아질 일만 남았고, 일본도 관계 개선을 상당히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미·일 3각 공조의 복원 움직임에 중국 측이 어떻게 반응할지가 변수다.

 하지만 최대 변수는 북한이다.북한은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부 첫해에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거나(93년 노동 1호, 98년 대포동 1호), 핵문제를 야기했던(93년, 2003년 핵확산금지조약 탈퇴) 일이 있다. 북한이 새 정부를 어떤 시각으로 대하느냐에 따라 동맹과 실리 외교의 운명도 엇갈릴 수 있다. 4월 총선과 11월 미국 대선도 결과에 따라 새 정부가 구축한 한·미 관계에 영향을 미칠 요인이 된다.

채병건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