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완장부대 청와대’를 개혁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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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대통령직 인수위가 청와대 조직을 3실 8수석에서 1실 7수석 체제로 줄이기로 했다. 작고 효율적인 정부라는 지향점으로 볼 때 옳은 방향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기능과 운영이다. 이명박 정부는 역대 정권의 왜곡상을 지양하고 대통령 비서실 본래의 기능과 한계를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비서실은 말 그대로 대통령의 참모 조직이다. 참모란 그늘에 숨어 대통령과 내각 사이의 조정·연락 역할을 하는 것이다. 기획 기능도 필수적인 분야로 최소화해야 한다. 비서실장이 전면에 나서고, 경제수석이 경제 정책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정무수석이 당과 국회에 입김을 행사해선 안 된다. 비서실이 요란하면 정상적인 정부 시스템이 왜곡된다. 비서실은 대통령을 업고 호가호위(狐假虎威)해선 안 된다.

 권위주의 정권 시절 청와대는 내각과 여당 위에 군림하는 권부였다. 김영삼·김대중 정부 때까지도 월권과 간섭이 많았다. 의전실이 ‘문고리 권력’으로 이권을 챙기고, 정무·홍보수석실이 언론을 강압하려 했다. 노무현 정부 들어 청와대는 심하게 뒤틀어졌다. 정책실·안보실과 일부 수석비서실이 새로 생겼다. 인원은 400여 명에서 530여 명으로 늘었다. 30대 386들이 비서관·행정관으로 대거 들어갔다. 이들의 위세에 나이 많은 고참 부처 공무원들은 좌절감을 느껴야 했다. 청와대 386은 정권의 완장부대였다. 비서실장은 기자회견·강연으로 노무현 코드를 강변했다. 정권의 요란한 확성기였다.

 노무현 정부는 총리실도 기형적으로 키워놓았다. 특히 이해찬 총리 때 그러했다. 국무조정실 차장(차관급)과 1급 자리들, 기획단·위원회가 마구 생겼다. 400명도 안 되던 인원이 650여 명으로 늘었다. 청와대보다 커졌다. 이런 비대한 몸집이 청와대와 내각 사이에 끼여 있으니 정책의 교통체증만 심해졌다. 청와대 비서실과 총리실은 기본적으로 일하는 내각을 위한 지원 부서여야 한다. 기획과 감시도 조용히 해야 한다. 팔과 다리가 강건해야지 머리만 과도하게 크면 제대로 달릴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