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작기행><저자는말한다>"육체와 암석"세니트著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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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인간의 육체적 욕망은 항상 주위환경에 커다란 영향을 미쳐왔다.특히 19세기의 도시 개인주의는 모든 것을 밑에서부터 뒤바꾼계기가 됐다.안락은 인간의 여러 욕구 중에서 쉽게 무시되는 경향이 있다.그러나 안락은 노동에 지친 육체가 휴 식을 요구하는자연스런 신호다.19세기 초반 노동자들은 팔.다리를 움직일 수없을 정도로 혹사당했다.그러나 19세기 후반이 되자 그런 강제된 노동은 생산성 향상에 전혀 도움이 안되는 것으로 판명됐다.
안락은 육체가 손상되지 않도록 하 는 자연의 방어기제임이 드러난 것이다.19세기 안락의 추구는 이런 환경속에서 이해돼야 한다.신분과 계급에 따라 안락의 추구 정도는 큰 변천을 겪어왔다.그 역사적 변천과정을 의자를 통해 살펴보자.
고대 로마귀족들은 3면에 안락의자가 붙은 식탁에서 그야말로 쾌적한 생활을 누렸다.일반 시민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중세 때도 서민들은 등받이가 없는 키낮은 의자에 만족해야 했다.등받이가 있는 의자는 소수 귀족층에만 허용되 었다.
17세기에도 신분에 따라 언제 어떤 모습으로 앉아야 하는가 하는 일종의 에티켓이 불문율처럼 지켜졌다.지위가 낮은 사람은 상급자 앞에서는 항상 선 자세로 있어야 했다.계몽주의시대에 와서 의자는 좀 더 편하게 고안됐다.등받이가 좌석 이상으로 중요해졌고 또 비스듬히 디자인돼 기댈 수도 있었으며 팔걸이가 낮아져 좌우로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게 됐다.18세기에 들어서 활동의 자유는 좀더 넓어졌다.의자 한쪽에 기대 주위 사람들과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게 됐다.
19세기에 접어들면서 가구의 혁신과 함께 의자에도 대변혁이 온다.1830년께 의자 제작자들은 좌석과 등부분에 스프링을 넣기 시작했으며 또 그위에 두터운 쿠션을 대 좀더 편안한 제품을만들어 냈다.특히 대량생산체제가 본격적으로 도입 되면서 일반서민들의 가정에 의자가 널리 보급되기 시작해 하루의 일과에 지친노동자들이 의자에서 세상 시름을 잠시 잊고 자기만의 휴식을 겨우 찾을 수 있게 됐다.또 이 시기에 흔들의자도 발명됐다.단순히 의자에 앉아 한숨 돌리는데도 이 렇게 많은 시간이 걸린 셈이다. 〈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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