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민 신화’ 에서 한국인들 희망 읽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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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호 26면

며칠 전 한국 국회의원들이 의사당 안에서 대규모 ‘육박전’을 펼쳤다. 그리고 17일 한국 국회는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 후보에 대한 특검을 의결했다. BBK의 주가 조작 혐의를 규명하라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도 그를 대통령으로 뽑겠다는 한국 유권자들의 결심을 막진 못했다. 마침내 19일 이 후보는 꿈을 이뤘다.

노무현 대통령의 집권 5년 동안 물가는 다락같이 올랐다. 그 결과 경제성장이 가져온 과실은 사라졌다. 국민의 가처분소득은 성장은커녕 오히려 후퇴했다. 빈부격차는 벌어졌다. 최저생계비 이하의 빈곤 인구가 15%에 육박했다. 실업률은 3.3%대를 오르내렸다. 한국 국민은 자연스럽게 새로운 정당, 새로운 지도자의 등장을 갈구하게 됐다. 이 후보는 변화를 바라는 국민의 제1 선택으로 떠올랐다. 그가 당선된 첫 번째 이유다.

이 당선자는 빈곤 가정 출신이다. 어렸을 때 김밥을 말아 생계를 꾸렸다. 대학 때는 쓰레기를 주워 학비를 충당했다. 대학 졸업 후 현대그룹에 입사해 사장까지 승진했다. 한국 국민은 이 당선자의 ‘평민 신화’ 에서 미래 한국의 희망을 읽었다.

대선 유세 기간 중 이 당선자는 시종 ‘경제 카드’ 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는 ‘747 계획’ 을 발표했다. 연평균 성장률 최소 7%+10년 뒤 1인당 평균 소득 4만 달러+세계 7대 경제권 진입을 가리킨다. 노 정권과는 확연히 다른 공약이다. 국민의 지지가 몰렸다. 그가 당선된 두 번째 이유다.

그러나 그는 아직도 부정 의혹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BBK의 주가를 조작해 수천만 달러의 불법 이익을 취했다는 의혹이 내년 2월 25일 대통령 취임 전에 사실로 확인될 경우 그는 구속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대통령 직 취임이 불가능해진다. 대통령 취임 이후 의혹이 진실로 드러난다면 대통령 면책특권 덕분에 구속되지는 않겠지만 그의 정치적 기반은 심각하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그에게 등을 돌릴 수도 있고, 국회에서 탄핵소추될 수도 있다.

이명박 당선자가 제대로 대통령 직을 수행할 수 있을지, 이제 공은 특검과 국회로 넘어갔다. 한국인은 자신들의 미래를 이끌어갈 대통령이 부패한 인물인지 아닌지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

부정이 드러날 경우 언제든지 그를 하야시킬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현대 민주정치의 핵심이다. 한국 주권자들이 부정 의혹을 사고 있는 후보자를 대통령으로 선출한 진짜 이유이기도 하다. <언론인 덩징(鄧璟)의 12월 20일자 중국 신징바오 기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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