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적 방제'로 태안 살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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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태안 기름오염 사고가 발생한 지 10여 일이 지나면서 겉에 드러난 기름은 대부분 제거됐다. 이제는 모래나 개펄에 스며든 기름을 제거하는 일이 남았다. 국립생물자원관 강재신 박사는 "개펄과 모래 속의 생물들은 기름이 스며들면 아가미가 막혀 살지 못한다"고 말했다.

해양오염 전문가들은 흡착포로 걷어내는 물리적 방제와 유처리제를 뿌리는 화학적 방제에 이어 마지막 단계로 생물학적 방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제대 황인영(환경학과) 교수는 "생물학적 방제는 고압 세척이나 유처리제로 인한 피해는 물론 기름에서 녹아 나온 유해 성분도 분해해 생태계 피해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생물학적 방제는 세균이 기름을 잘 먹고 자라도록 질소.인 같은 영양분(비료)을 뿌려 주는 방법과 기름을 잘 분해하는 세균을 별도로 배양했다가 뿌리는 방법 두 가지다. 또 영양분과 기름 분해 세균을 한꺼번에 투입하기도 한다.

실제로 1989년 3월 엑슨 발데스호 오염사고 당시 미국 알래스카에서도 이 방법이 효과를 봤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사고 석 달 뒤 영양분을 해안 120㎞에 뿌렸고, 5~10년 걸리는 기름 분해를 2~5년 만에 끝냈다.

한국해양연구원 김상진 박사팀도 2001년 서해 영종도에서 기름 분해 세균과 영양분을 공급한 결과 70일 만에 기름 성분의 80%가 분해되는 것을 확인했다. 그냥 방치한 경우는 분해율이 60%에 머물렀다. 김 박사는 "갯벌에서는 생물이 드나드는 구멍으로 기름이 들어가기 때문에 생물학적 방제가 유용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행법에서 이를 방제 방법의 하나로 규정하지 않아 당장은 도입이 어렵다. 해양경찰연구개발센터 김차수 주사는 "내년 1월 20일 시행되는 해양환경관리법 시행규칙에 포함시켜 줄 것을 해양수산부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법에 포함되면 내년 여름까지는 성능시험을 마친 미생물제재나 영양염제가 생산될 전망이다.

강찬수.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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