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진단>현실로 다가온 대학자율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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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대학사회의 오랜 숙원이던 자율화가 성큼 현실로 다가왔다.세계화 추세에 맞춰 대학도 이제 정부 통제에서 벗어나 자유경쟁 시대를 맞게 됐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외형적인 자율권 부여만으로 「자율화 작업」이 끝난건 아니다. 너무 오랫동안 엄격한 통제와 타율에 길들여진 우리 대학들이 자율을 실행하기까지는 상당 기간의 준비가 필요하며,거기엔 넘어야할 장애물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아직은 학사관리를자율적으로 수행해 나갈 만큼 여건이 성숙한 대학이 그리 많지 않다는 우리 현실을 냉정히 인정하고,각 대학은「넘겨받은 공」을어떻게 다뤄야 할지 심도있게 연구해야 한다.
자율화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서는 정부와 사회 모두의 협조와 함께 무엇보다도 주체가 된 대학이 국내외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구적 노력이 관건이 된다.
우리 대학은 교육시장 개방과 대학입학 연령층의 점차적 감소라는 외부적인 여건 변화로 궁극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는 냉엄한현실에 직면해 있다.
따라서 앞으로 대학의 생존전략은 과거의 획일성에서 벗어나는데있으며 이를 위해 대학교육 전반에 관한 종합적인 점검이 요구된다. 첫째,대학의 자율화는 다양화.특성화를 전제로 해야 한다.
학생들이 개인의 관심과 자질,그리고 인력시장의 수요에 적합한 여러가지 분야의 공부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이를 위해 학점이수와 학위수여.전과(轉科).복수전공.졸업소 요시간의선택등에서 대학별 모델 개발이 시급한 과제다.
둘째,대학 행정은 관리위주에서 학생과 교수 편의위주의 행정체제로 전환해야한다.도서관 시설이 확충되고 24시간 캠퍼스가 개방돼야 한다.국제 경쟁에 발맞추기 위해 멀티미디어를 통한 국제수준의 정보 확충을 할 수 있는 시설과 체제를 갖 추는데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셋째,각 대학은 중복되는 유사과목과 학과의 과감한 통.폐합을추진하고 대학특성에 맞는 고유한 모형을 개발해야 한다.그 실례로 우리나라도 미국의 소규모 특화대학 모형을 따라 우리사회.역사.문화등을 다루는 우수한 인문.사회.예.체능대 학을 육성하는것이 바람직하다.또 기술 과학분야도 국제적인 수준으로 특성화해야 한다.
넷째,대학은 우수한 교수확보에 힘을 쏟아야 한다.대학의 질을향상시키는 가장 중요한 조건중 하나가 우수한 교수의 확보에 있기 때문이다.열악한 조건에서 단시일에 우수한 학자와 연구자를 확보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우수한 외국국적의 한국 인 교수나 외국인들까지도 유치해야 할 것이다.아울러 국립대 교수 해외 여행규제등 불필요한 제도도 대폭 손질돼야 한다.
이 모든 과제를 풀기 위한 핵심은 재정 투자가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그러나 국립이나 사립을 막론하고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따라서 대학 스스로의 자구 노력과 경영 합리화를 통한 효율의 극대화를 추 구하는데 대학인의 노력이 필요하다.대학의 자율운영 속에서도 일정수준의 질을 지키기 위한 교육당국의 지도 감독은 유지돼야 하나 대학에 대한 통제와 간섭이 되지 않도록 균형을 잃지 말아야 한다.학사운영이 자율화된 이상 대학 당국은 학생 .학부모.기업등 전사회에 대학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공개해야 하며 공정한 경쟁을 통해 질적 향상을 이루도록 다양한 대학 평가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대학 자율화의 또다른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학생 선발제도는이번 조치에 포함되지 않았 으나 머지않아 개선안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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