土超稅 무서워 무리한공사 진행-잠실 엘그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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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건물을 착공한지 3년1개월이 지나도록 골조는 커녕 터파기공사도 아직 끝내지 못한「거북이공사」현장이 있다.「빨리빨리」를 최고의 미덕으로 치고 있는 우리 건설업 풍토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용납될 수 있을까.서울시송파구신천동 잠실역 네 거리의 롯데쇼핑 엘그린빌딩(지하6층,지상14층)신축공사 현장이 바로 그 곳이다. 지난91년3월에 건축허가를 받아 그해 10월에 착공된이 빌딩은 당초 연면적 약1만5천평 규모(용적률 1백12%)였으나 93년12월에 약4만5천평 규모(2백90%)로 설계변경이됐다.따라서 당초 허가분에 대해서는 지상8층까지 골조 가 올라간 상태에서 일단 중단됐고 지금은 설계변경분에 대한 터파기공사가 진행중이다.현재 공정은 23%정도.
그 사연은 이렇다.
당초 이 빌딩 건축을 계획했던 90년은 서슬퍼런 토지초과이득세 제도가 막 시행되던 때였다.지난 82년 서울시로부터 이 땅을 사들여 테니스장으로 사용하고 있던 롯데측은 이를 피하기 위해 건축을 서둘러 91년3월초 급히 건축허가를 받 아냈으나 90년도분 토초세 2백10억원은 이미 부과가 확정됐다.
이에 롯데는「정부의 건축규제조치로 허가가 나지 않아 건축을 하지 못했으므로 토초세 부과가 부당하다」며 국세심판소에 심판을청구했고 이것이 받아들여졌다.그러나 건축바닥면적이 토초세 규정상「건축중인 대지」기준면적에 미달,총 6천7백평 중 약 2천평은 그대로 유휴토지로 판정받아 2백10억원중 65억원은 그대로과세됐다.유휴지로 판정된 2천평에 대해서는 91년도분 22억원,93년도 확정분 3천1백만원이 계속 부과돼 롯데측은 이 땅에대해 총 87억3천여만원의 토초세 를 물었다.그나마 건물을 짓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토초세가 3배이상으로 불어날 뻔했던 것이다.
그뿐만 아니다.토초세와 함께 시행된 종합토지세 규정은「건축중인 대지」와 그렇지 않은 땅을 구분,건축중인 대지에 대해서는 다른 땅과 합산해 누진율을 적용치 않고 별도과세하도록 함에 따라 90년도분 종토세도 당초의 11억원에서 7억원 으로 4억원이 줄어들었다.
당장 쓸모가 있는 것도 아니면서 공사를 마지못해 하고 있는 이면에는 이처럼 수백억원에 이르는 세금을 피하기 위한 기업의 몸부림이 있었던 것이다.공시지가만도 평당 2천7백만원에 이르는금싸라기 땅에다 고작 용적률 2백90%(법정용적 률 1천2백%)밖에 되지 않는 빌딩을 짓는 것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따라서 롯데측이 앞으로도 계속 설계변경을 거듭해 건물규모를 키우면서 공사기간을 고무줄처럼 늘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헌법재판소의「헌법불합치」결정으로 토초세의 부당성에 대해서는 심판이 내려졌다.
그러나「토초세가 빚어낸 사생아」라고도 할 수 있는 이 빌딩 공사현장에는 명확한 용도와 규모도 결정되지 않은 채 무작정 건물을 짓기 위해 땅을 파는 굴착기의 굉음이 신음처럼 울려 퍼지고 있다.
〈李光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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