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의 유혹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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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호 18면

채권시장이 자명종을 세게 울리고 있다. 저금리의 단꿈에서 이제 깨어나라고.
 
5년째 이어진 꿈같은 세월이었다. 연 4∼5%의 저금리 체제가 영원히 이어질 줄 알았다. 싼 금리를 믿고 부동산에 올인했고, 싼 금리를 피해 주식형 펀드로 여윳돈을 옮겨놨다.
 
지금 안전 자산의 대명사인 국고채의 금리가 연 6%대로 올라섰고, 은행의 예금·대출 금리는 7∼8%를 오르내린다. 금리상승 흐름은 당분간 더 이어질 것 같다. 시중은행 자금담당 책임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내년 상반기까지 시중 실세금리가 1%포인트 정도는 더 올라갈 것을 각오하고 있다고 했다. 첨단 금융기법 등을 동원해 금리상승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는 귀띔도 해줬다. 은행들의 과도한 자산확대 경쟁이 금리상승의 한 요인으로 꼽히지만, 앞장서 이를 자제할 생각은 없다는 뜻으로 들렸다.
 
고금리 시절의 추억이 아련히 떠올랐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높은 금리 때문에 울고 울었던가. 금리 두 자릿수 시대야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4%대 후반까지 떨어졌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8%대로 올라서는 상황이고 보면, 돈을 빌려 쓰고 있는 사람들은 이미 고금리의 고통을 절감하고 있을 법하다.
 
돈을 굴리는 사람들도 이제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것 같다. 금리의 변화는 항상 재테크 전선에 지각변동을 몰고 왔기 때문이다. 지난 2001년 이후 채권을 필두로 부동산·주식 등이 릴레이 상승을 펼칠 수 있었던 근본 토대는 바로 낮은 금리였다. 선진국 수준의 초저금리 시대가 오는 것을 간파한 사람들은 은행 돈을 제 돈 쓰듯 하면서 재산을 크게 불릴 수 있었다.
 
낮은 금리를 지탱해준 또 다른 변수는 낮은 인플레였다. 하지만 요즘 유가랑 곡물값이 우후죽순처럼 들썩이고 있다. 재테크 고수들을 만나보면 금리와 인플레를 투자결정의 가장 중요한 잣대로 활용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이 시장의 관성에 끌려다니지 않고 한발 앞서 움직이는 비결은 바로 금리와 인플레의 변화 추세를 잡아내는 능력 때문이란 얘기다.
 
금리의 트렌드가 달라진다면 이제 슬슬 자산 포트폴리오의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주식(주식형 펀드) 일변도에서 벗어나 채권(채권형 펀드)을 새롭게 편입할 기회를 엿보는 안목이 요구된다. 높은 고정금리의 금융상품도 주목 대상이다. 물론 채권금리가 상승(채권값 하락)하는 동안 채권을 갖고 있으면 손해를 본다. 그 때문에 아직은 좀 더 기다리는 여유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대체로 내년 상반기 중 금리가 변곡점을 맞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정확한 시점은 누구도 모른다. 조금씩 나눠 사들여야 할 이유다. 만약 금리 7∼8%대에서 채권을 매입(채권형 펀드 가입)한 뒤 금리가 다시 하향 추세로 돌아선다면 시세 차익을 보태 연 10% 정도의 수익도 기대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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