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뛰는 증시 … 시드는 ELW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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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1일로 두 돌을 맞은 주식워런트증권(ELW) 시장이 갈림길에 섰다. ELW란 특정 종목의 주가나 주가지수를 미리 정한 가격에 만기 때 사고팔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파생상품이다. 적은 돈으로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ELW는 이 같은 매력 때문에 큰 인기를 누렸지만 최근엔 시장이 크게 위축됐다. 올 8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주식시장이 하루에도 몇 차례씩 출렁이면서 투자 위험이 너무 커졌기 때문이다.

 ◆너무 일찍 늙어 버렸나=ELW는 개설 1년 만에 세계 4위 규모로 급성장했다. 올 6월엔 하루 평균 4024억원이 거래되기도 했다. 7월엔 거래종목이 2176개에 달했다. 거래대금으로 보면 2년 전 개설 첫 달보다 19배, 상장 종목 수로 보면 30배 가까운 급성장이다.

 하지만 이후부터는 가파른 내리막길이다. 9월 들어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6월의 절반 수준인 2000억원을 밑돌았다. 상장 종목 수도 10월 1893개까지 떨어졌다. 투자자들의 ELW를 사 주면서 거래를 돕는 증권사들의 손해도 커졌다. 4분기 들어 거래가 조금씩 늘고 있지만 아직 본격 회복세를 말하긴 이르다는 평이다.

 증권선물거래소 이용국 상장심사2팀장은 “ELW는 주가 흐름을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할 때 투자하기 좋다”며 “요즘처럼 코스피가 하루에도 수십 포인트가 오르내리면 큰 손실을 보는 투자자가 속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덩치만 큰 허약체질=우리나라 ELW 시장은 아시아에선 홍콩에 이어 2위, 세계적으로도 홍콩-독일-이탈리아 다음으로 4위를 기록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덩치 큰 아이’다. 전체 상장 종목의 25%가량인 코스피20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W가 하루 거래대금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편중 현상이 심하다. 또 만기가 3~9개월인 종목이 전체의 96%가 넘을 정도로 단기물 위주다. 게다가 아직도 일반투자자들에겐 어려운 전문 투자자들만의 영역이란 것도 개선해야 할 점이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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