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논단>중국을 보는 시각-경제파트너로의 인식 중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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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미국과 경제협력을 간절히 원하면서도 여전히 미국을 향해 핵무기를 장전(裝塡)하고 있는 나라,개방경제로의 접근을 꾸준히 시도하면서도 정치적으로는 인권침해.언론탄압을 서슴지 않고 있는 나라,몇 남지 않은 사회주의권의 종주국임을 자처하 는 나라,위험스럽지만 그 실체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나라.그 나라가 바로중국이다.
미국등 서방의 중국전문가들은 과거 소련이 그랬던 것처럼 막대한 군사력과 무기판매를 바탕으로 중국이 아시아를 비롯한 제3세계에서 패권을 장악하려 한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중국은 적어도 아시아 이외의 지역에 군사적 위협을 가한 적이 없다.또 중국이 무기를 수출한다지만 미국이나 유럽 각국에 비하면 극히 미미한 실정이다.
서방국들이 중국의 잠재적 위협을 필요 이상으로 강조하고 있는것은 중국의 영향력이 국제사회에서 점점 커지고 있는데도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定立)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서방국들이 중국의 인권탄압.핵실험.시장개방 등에 불만을 표시하는데 있어 일관성 없는 혼란스러움을 자주 보여주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그러나 중국과의 관계를 올바르게 정립해보고자 하는 서방의 국가들은 舊소련과는 달리 중국은 서방의 중요한 경제 파트너가 될 수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즉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서는경제문제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중국은 80년대초부터 시작된 경제개방과 함께 거대한 시장과 인구를 바탕으로 주요 수출국으로 부상하고 있다.이는 다른 측면에서 본다면 필연적인 상호의존을 바탕으로 하는 세계경제로의 편입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중국은 이미 많은 양의 식량과 원료를 수입하고 있고 곧 이 분야에서 세계최대의 수입국이 될 전망이다.따라서 몇몇 주요 수입품과 서구시장에 대한 의존도 심화는 중국을 견제하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중국경제의 세계경제 편입이 중국에 대한 서방의 요구가그대로 관철될 수 있다는 걸 의미하진 않는다.그렇지만 이익극대화를 노리는 서구의 경제인들이 중국에 대해 시장개방압력,무역협정 준수,노동.환경조건의 개선 등을 요구하는 과 정에서 서방의요구는 간접적으로 충족될 수 있다.
또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정치적 이유로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의 일원이 되는 걸 꺼려하고 있지만 결국 중국은 WTO체제에 편입돼야 한다.
결국 경제문제를 통한 중국과의 관계정립이 제자리를 찾는다면 서방국가들은 주눅들지 않고 당당히 중국에 목소리를 높일 수 있게 될 것이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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