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랑>대중문화의 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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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역사적으로 볼때 모든 분야에서 대중(大衆)이 단계적으로 역사를 이끌어 가는 주인공이 되어 가고 있다.
인류의 참된 역사는 모든 인간의 평등과 자유를 실현하여 이상향(理想鄕)을 구현하려는 종교와 정치의 동반관계에서 시작하였다. 그러 나 그것은 지배자나 상류사회에 의하여 단계적으로 성취된 것이라기보다는 자각(自覺)한 대중(大衆),즉 민중(民衆)에의하여 쟁취되어 온 것이다.
이러한 역사의 도도한 추세에 따라 20세기에 문화(文化)의 대중화운동(大衆化運動) 혹은 대중문화(大衆文化)가 모든 분야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기에 이르렀다.
오페라가수가 팝송가수와 함께 어울리고 팝 아트가 선풍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 다.
요즈음 열리고 있는 앤디 워홀전(展)은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다. 나는 이 대중미술(팝아트)의 전시장에서 이른바 대중(大衆)의 정체란 무엇인가를 깊이 되새겨 보았다.
아직 우리나라 대중은 역사를 이끌어 갈 주도적 역할을 할 단계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자각한 대중이어야 민중이 될수 있고 그 민중이 역사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될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종교가.정치가.예술가는 대중의 취미에 영합해서 는 안되고 대중의 수준을 높이도록 노력해야 한다.대중(大衆)을 자각(自覺)하도록 만들어야 비로소 이상(理想)이 실현될 수 있다.
그런데 고도의 어려운 것을 쉽게 쓰고 가르치면 그것이 곧 대중화(大衆化)일까.
또 미국과는 풍토가 다른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의 전통문화에 얽매이지 않고 과감히 탈피하여 새로운 것을 제시한다고 해서 대중문화(大衆文化)일까.
나는 원효(元曉)의 변모,즉 철학자로서의 원효에서,시장에서 아미타불을 염불하며 춤을 추는 파계승(破戒僧)원효의 모습과 근기(根機)가 다른 어느 누구든 읽을 수 있는 만해(萬海)의 시집(詩集) 『님의 침묵』을 떠 올렸다.
누구나 읽 을수 있는 이 시집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오한 불교의 철리(哲理)를 가득 담고 있다.
그렇다.대중적인 통속성(通俗性)에도 불구하고 20세기에 들어와 끊임없는 실험으로 문화의 개념이 완전히 달라지고 있는 사실에 나의 충격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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