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CD '헛방 폭로' 했던 홍준표 의원 "당선축하금 CD 번호 입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은 18일 '삼성 비자금' 특검 추진 논란과 관련, "수사의 본질은 '떡값 검사'가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의)당선축하금이 돼야 한다"며 "특검에서 축하금 수사를 받을 수 있는 삼성 비자금 양도성예금 증서(CD)의 일련번호를 입수한 게 있다"고 주장했다. 당 클린정치위원장인 홍 의원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가 '반부패 연대'를 구축했는데 우리가 제안한 당선축하금 특검안을 당연히 받아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시리얼 넘버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냐"는 질문에 "제보 내용에 있고 당초 대검에서 수사하다 중단했던 일부 자료도 있다"며 "당선축하금인지 여부는 수사권이 없어 추적되지 않았지만 특검에 제출해 추적하면 다 나온다"고 답했다.

그는 "2003~2004년 대선자금을 수사할 당시 (내가)당 전략기획본부장을 맡아 당선축하금을 집중 조사한 일이 있어 가장 많이 안다"며 "정치권에서 합의되면 관련 자료를 특검에 제출할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노 대통령은 당선축하금을 받은 적이 없다"며 "홍 의원은 이 문제에 대해 법적인 책임을 분명히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 대변인은 "그동안 홍 의원이 제기한 각종 주장이 나중에 사실로 드러난 게 얼마나 있느냐"며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의 핵심 관계자는 "홍 의원이 2004년 2월에도 비슷한 주장을 한 적이 있으나 이후 이를 입증할 만한 근거를 내놓지 못해 정치권의 망신을 산 일이 있다"고 꼬집었다.

홍 의원은 2004년 2월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노 대통령과 관련된 1300억원의 괴자금이 있다"고 주장한 뒤 100억원짜리 CD 사본 한 장을 공개한 바 있다. 그는 당시 "이것이 K증권의 13개 계좌에 분산 은닉돼 있는 자금 중 일부"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중앙일보가 K증권, 증권예탁원, 은행권 등에 확인한 결과 그가 제시한 CD는 위조된 것으로 밝혀졌다.

<본지 2004년 2월 6일자 1면>

홍 의원은 이에 대해 "이번에 내가 주장하는 자료는 2004년 공개한 자료와는 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