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북한核 문제에 즈음하여-우리 원자력실태 먼저알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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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현재 북한 핵문제 만큼 국민의 관심을 끌고 있는 사안도 없다.그도 그럴것이 이 문제는 우리의 안보와 직결된 문제일 뿐만 아니라 주변 강대국들의 정치적 손익계산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미묘한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북한 핵문제는 기 술적.정치적인자를 복합적으로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생각처럼 쉽게 풀릴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북한 핵문제가 우리들 자신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우리는 객석에 앉은 관중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상황이 이렇게 된 이유를 그저 국제 정치사회에서의 한국 위치나 외교정책상 혼선으로만 돌릴 수 있는 것일까.
그 보다는 평소 핵이나 원자력에 대한 우리의 내부 태도가 불분명하고 확실한 방향을 잡지 못했다는데 있는 것은 아닐까.
국내에서 추진되고 있는 원자력사업만 보더라도 국익(國益)차원에서 좀 더 넓고 길게 바라보지 않고 단순히 지역문제,심지어 원자력계에 종사하는 일부 사람들의 문제로만 다뤄지고 있다.때문에 우리는 원자력에 관한 한 기술은 가지고 있으되 국민적 차원의 통일된 의견을 바탕으로 하는 외교력에서는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사실은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방사성폐기물관리시설 부지확보와 새로 건설될 원전(原電) 부지확보에서도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선진국에서는 이미 30년 이상 안전하게 운영되고 있는방사성폐기물처분장을 우리는 국민의 무관심과 편협 한 지역이기주의로 인해 벌써 6년동안 부지확보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의 원자력시설에 대해서는 시설 이름이나 내용까지도 상세히알고 있으면서도 정작 우리 국가에너지문제와 직결되는 방사성폐기물관리사업에 대해서는 무관심,심지어 부정적이기까지 하다.
지역에선 방사성폐기물처분장 후보지역으로 거론되기만 해도 중앙의 반핵환경단체의 지원을 받은 반대투쟁위원회가 어느새 설치되고처분장 유치찬성 의견을 나타낸 사람들의 집으로 몰려가 집을 점거하고 살림살이를 부순다.그 기세에 놀란 식구들 이 졸도하자 병원으로 후송하기 위해 달려온 구급차를 막기까지 했다.
찬성주민의 대표를 감금,부녀자 앞에 꿇어 앉혀 놓고 위해(危害)를 가하기도 한다.그것도 모자라서 국도(國道)를 점거하고 등교하는 학생들을 폭력으로 저지해 수업도 못받게 했다.
원자력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상황에서 고도의 외교적 계산이 복잡하게 얽힌 북한 핵문제에 우리가 과연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있을까.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노력을 이해해 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이해와 노력없이 단지 북한 핵문제와 관련한 정부의 외교능력을지적하고 우리에겐 핵주권이 없다는 식의 불평만 늘어놓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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