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인 허영호씨 가족 킬리만자로 등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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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세계적인 알피니스트 許永浩씨(40)가 최근 아프리카 킬리만자로를 다녀 왔다.그동안 생사를 걸어야 했던 극한 오지 탐험이 아니라 모처럼 가족들의 오붓한 여행이었다.
지난달 21일부터 16박17일동안 계속된 이번 여정에는 부인李榮玉씨(35)와 아들 宰碩군(10.서울누원국교4년).딸 瀞允양(4)이 동행했다.
「산과 모험」이 좋아 세계 3극점(에베레스트.남극.북극)을 포함,오지라면 어디든지 찾아나섰던 許씨지만 수시로 집을 비우면서 가족에게 걱정을 끼친 것이 항상 짐이 됐던 터다.그래서 가족만의 킬리만자로 여행을 계획했다.
또 아빠가 왜 산에 오르는지를 조금이나마 느끼게 해주고 자연을 몸소 체험토록 해주고 싶은 이유도 컸다는 것이 許씨의 설명이다. 부인과 재석이는 이미 5년전인 89년 에베레스트 로체봉의 베이스캠프(5천6백m)까지 許씨를 따라갔던 베테랑들로 계획에 흔쾌히 동의했다.이들이 택한 킬리만자로 등반코스는 산악인 가족답게 관광객이 흔히 오르는 등반로(코카콜라루트)가 아 니라현지 가이드도 꺼리는 험로(위스키루트).
일반적으로 관광객이 택하는 모쉬~말랑 루트는 완만한 경사와 산장등 편의시설이 구비돼 있어 쉽다는 의미의 코카콜라루트로 불리는데 반해 許씨 가족이 택한 위스키루트는 모쉬에서 마차네로 이어지는 가파른 경사를 올라야 했고 취사도 직접 준비해야 했다.許씨 가족은 매일 5~6시간씩 강행군해 8백~1천m씩 올라갔다. 그러나 許씨는 만년설에 둘러싸여 있는 정상 우후루피크(5천8백95m)를 눈앞에 두고 4천6백m지점에서 돌아와야 했다.
부인과 재석이가 고산증으로 고통을 호소했기 때문.비록 정상을밟지는 못했지만 許씨는 이번 등반을 실패로 여기지 않는다.가족간 유대를 다시 한번 확인했고 콘크리트 숲에 갇혀 있던 아이들에게 자연의 장대함을 체험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 다.
그러나 이러한 가족간 오붓한 시간도 오래가진 못할듯하다.許씨는 9월께 뉴질랜드로 떠날 계획이다.뉴질랜드의 최고봉 쿡(3천7백67m)을 등반하는 한편 이곳에 거주하고 있는 에베레스트 최초 등반자 힐러리卿(75)을 만나볼 작정이다.
고령인 힐러리경이 눈을 감기 전에 그를 만나 세계 정상의 알피니스트들만이 공감하는 느낌을 교류하고 자신이 언젠가 써야 할에베레스트 등반기에 꼭 그와의 만남을 넣고 싶기 때문이다.
〈河智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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