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칵테일] “술친구 팔 부러져야 PS 우승하더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같이 술 마시던 사람의 팔이 부러지면 우승한다?

 듣기엔 끔찍한 말이지만 프로야구 삼성과 준플레이오프 승부를 벌이고 있는 김인식(60) 한화 감독은 두 번이나 이런 경험을 했다. 8일 미디어대회 행사장에서 만난 김 김독은 “징크스는 없다”고 말하면서도 자신이 겪은 일화를 소개했다.

 김 감독은 처음 감독을 맡은 1991년 이후 두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냈다. OB 시절인 95년과 두산 감독이던 2001년이었다. 정규 시즌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해 롯데와 시리즈 7차전까지 피 말리는 싸움을 벌이고 있던 김 감독은 7차전 바로 전날 한 스포츠 신문 기자와 술자리를 하게 됐다. 당시만 해도 말술을 마다하지 않던 두 사람은 새벽 동이 틀 때까지 술잔을 기울였고, 마침내 일은 터졌다. 계단을 올라가던 그 기자가 몸을 가누지 못하고 넘어졌고 밑에 받치고 있던 김 감독과 엉켜 굴러 떨어졌다. “내가 밑에서 받치지 않았으면 그 기자는 아마 죽었을 것”이라고 김 감독은 말했지만 기자는 팔이 부러졌다. 이날 벌어진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OB는 롯데를 꺾고 4승3패로 우승컵을 들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한화를 꺾고 현대와 플레이오프를 치르던 2001년엔 다시 모 대학 아이스하키 감독과 술자리가 벌어졌다. 여기서도 몸을 못 가눈 이 술친구가 넘어지며 팔이 부러졌고 두산은 한국시리즈에 올라 정규 리그 우승팀 삼성마저 꺾고(4승2패) 기적 같은 우승을 차지했다.

대전=이충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