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거기 그녀가 서 있는걸 보았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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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우리는 다시 오래 오래 키스를 했다.나는 써니의 가슴에 돌출한 꼭지에도 입을 맞췄는데 이번에는 아주 살살 조심스럽게 그랬다.한순간 써니의 온 몸이 뜨거워지는 게 나에게도 느껴졌다.나는 써니가 그때까지 벗지 않았던,우리 사이의 유일 한 장막이었던 써니의 속옷을 끌어내렸다.내가 쉽게 벗겨내지 못하니까 써니가 답답한지 나중에는 스스로 벗어던졌다.
그러자 내 몸 가운데 가장 딱딱해진 부위-그때는 아마 이마보다도 더 딱딱했을 거였다-가 써니의 아랫도리에 닿았다가 말았다가 했는데 그때마다 써니가 움찔움찔거렸다.
내 손이 써니의 아래쪽을 더듬거렸다.써니의 거기에도,내가 그런 것처럼,숭숭한 거웃들이 느껴졌다.나는 어쩐지 거기에 깊이 손대는 것이 미안해서 겉에서만 손길이 맴돌았다.
써니도 내 몸을 구석구석 탐색하고 있었다.
『길다….』 써니가 겨우 그랬는데 나는 미칠 지경이었다.나는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알지 못했기 때문에 더 환장할 지경이었다.하여간 나는 어떻게 해보려고 했고 써니도 나를 도와주려고 애쓰는 것 같았다.
써니는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아프면 말해 응.』 『모르겠어…그냥…빨리 해봐….』 쉬운일이 아니었고 장난이 아니었다.이론과 실제는 참으로 거리가 먼거였다.내가 은밀히 공부한 이론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부분들이 적지 않았다.다 될 것같은 결정적인 순간에는 써니가 몸을 틀어서 일을 망치고는 하였다.
『…이렇게 해봐.』 내가 안타까워서 그러면,써니는 몇 번이고똑같은 소리만 되풀이해대는 거였다.
『잠깐만…잠깐만….』 우리가 그 어려운 행사를 마치고 숨을 몰아쉬면서 다시 각각 천장을 향해서 똑바로 누웠을 때까지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몰랐다.오 분쯤이었는지 다섯 시간이었는지 아니면 오백 년이 흘렀는지….
얼마나 힘을 썼던지 온 몸의 세포가 축 늘어진 것같았다.온 몸이 땅끝으로 깊이깊이 가라앉는 것같았다.
『우리…한 거 맞아…?』 내가 써니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물었다. 『…아마.』 써니가 표정없는 얼굴로 말하고 나서 싱긋 나를 향해 웃어주었다.그러더니 써니는 곧 다시 멍한 얼굴을 하고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나는 손을 들어서 써니의 이마에 땀으로 들러붙은 머리칼 몇 올을 떼어내주면서 속삭였다.
『울려구 그러는 건 아니지.니가 그러면 영화 찍는 거 같아 질거라구….』 그랬더니 써니가 다시 싱긋 웃었다.그리곤 다시 멍한 표정으로 돌아갔다.나는 써니의 눈가를 손가락으로 훔쳐주었다.써니의 눈에서 귓가로 벌써부터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유치하게 이러지 마,이 바보야.』 『그래 난 바보야.몰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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