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화제>훈민정음창제 公主도 한몫-이가원박사 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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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훈민정음 창제에 세종대왕의 둘째딸인 貞懿(정의)공주가 참여해 크게 공헌했다는 새로운 주장이 나와 화제.이같은 주장은 한문학자인 淵民 李家源씨(77)가 지난달 29일 연세대학교 국학연구원 세미나에서 발표한 논문「훈민정음창제」에 담긴 것으로 앞으로 많은 논란을 부를 것으로 예상된다.지금까지 한글창제에 기여한 인물로는 鄭麟趾.崔恒.朴彭年.申叔舟.姜希顔.李愷.李善老등 訓民正音 後敍에 기록된 집현전 학자 8명만이 거론돼왔다.
○…李씨가 내놓은 관계자료는 19세기 중반 李遇駿이 쓴『夢遊野談』과 貞懿공주의 媤家 竹山 安씨 족보.『夢遊野談』에는 『한글은 정의공주가 지은 것』이라는 기록이 있고『竹山 安氏大同譜』에는 한걸음 더 나아가『정의공주가「變音」과「吐着」 을 해결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변음」은 기본子.母音을 결합,음양오행 원칙에 따라 소리를 변화시키는 것이고,「토착」은 구결이라고 불리는 것으로 문장구절마다『-하고,-하니,-하며』식으로 토를 다는 것을 말한다.
○…李씨는 또 한글연구기관으로 正音廳이 諺文廳보다 더 높이 평가받고 있는 것도 잘못이라고 지적했다.『世宗實錄』에 따르면 언문청은 훈민정음을 반포한 해인 1446년에 설치된 반면,정음청은 文宗 즉위해인 1450년에야 마련되었다는 것 .또 정음청에서는『小學』을 인쇄했다는 사실만 전할뿐 한글을 체계적으로 연구했다는 기록은 없고,『文宗實錄』에는 정음청에서 갑옷을 만들게했다는 사실까지 적혀 있다.정음청이 폐지된 시기도 1462년으로 언문청 폐지보다 44년이나 앞서는 데도 정음청이 마치「정통」한글연구기관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 李씨의 지적. ○…李基文서울대교수(64)는 이와 관련,『崔萬理의 상소등을 고려해 볼때 집현전학자들의 도움은 한글창제와 반포시기 사이에 그쳤을 것』이라며『세종의 아들.딸들이 한글을 만드는데 큰역할을 했을 개연성이 크다』고 말했다.
李교수는 또 관련자료가「야담」이어서 믿기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서도『당시 학자들의 반발이 심한 상황에서 한글창제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는 야사로밖엔 전해질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鄭命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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