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구간 길게 잡아 예산낭비/고속철 감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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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소음대책 허술 민원발생 소지 많아/서울·남서울역 신설 않는 것도 문제
21세기 사회간접사업의 핵심인 경부고속철도가 건설비용의 엄청난 낭비요인과 엉성한 장기운영계획을 안고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감사원 감사결과 드러났다.
독일이 막판 뒤집기를 시도해 관심을 끌고 있는 차종선정에 있어 감사원측은 이를 집중 검토했지만 문제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밝혀 프랑스 알스톰사의 TGV로 그대로 낙찰될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이 20일 발표한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에 대한 감사(11월20일부터 한달간 실시)에 따르면 철도선로경사의 기준(경사도 2.5%)을 정해놓고 실제 1.5%로 설계해 공사비가 많이 드는 터널구간을 길게 잡았다는 것. 이 바람에 1조3천2백억원 상당의 예산이 더 들어가게 됐다는 것이다.
또한 1조4천억원의 비용을 줄인다고 지하로 뚫기로 한 서울역·대구·대전 통과구간을 지상노선으로 고치고,서울역 남서울역을 신설하지 않고 우선 기존의 경부선을 이용하겠다는 계획은 여러가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먼저 운행길이(9㎞),소요시간(15.5분)이 늘어나고 이용객 감소(하루 3만명·2002년)는 물론 설계변경에 따른 시설비가 필요하며 민원야기 등 그야말로 효율성과 운영비에 대한 검토나 관계기관과 협의없이 결정한 「졸속」의 표본으로 꼽혔다. 이에 따라 대구구간의 지상화 변경문제가 다시 정치이슈가 될 전망이다.
특히 서울∼남서울역간의 기존 선로의 전철설비 개량사업에 있어 송전세로 개량,구로전철 변전소의 변압기증설을 하는데 따로 돈이 들어 경비 절감의 취지를 무색케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고속철도사업에 늘 이슈로 등장하고 있는 자기부상식 열차는 터널내 고속교행에 따른 문제,자기상실 등 비상시의 안전대책이 불확실하다는 점에서 시기상조라는 판정을 내렸다.
국민적 관심인 환경문제에 있어 고속열차운행시에 약 93㏈의 소음이 발생하는데도 86㏈을 기준으로 대책을 추진하고,천안∼대전간 시험선 구간 고속철도 건설공사에서 4m 방음벽 설치가 필요한데도 1.5∼2.5m 높이의 방음벽만 설치하는 것으로 사업을 추진해 앞으로 민원발생 요인이 될 소지를 안고 있다.
특히 재원조달에 있어 장기채권의 국내 소화가 어렵고 해외채권 발행 자금의 법적 문제점을 들어 재원조달 계획을 다시 강구토록 했다.
감사원은 교통부와 한국고속철도 건설공단의 협조체제가 미흡하고 전문인력의 확보가 제대로 안된 점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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