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도료 거부운동(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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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환경보호를 최우선의 가치로 신봉하는 생태주의자들은 자연을 인간을 위한 이용물로 더이상 확대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자연도 생존권을 갖는 일종의 인격체로 생각해 인간과 자연이 윤리적 관계로 맺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생태계의 파괴를 극소화하고 에너지자원을 절약하기 위해 인구와 경제성장을 정지시키고 생활수준을 하향조정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한다. 이들은 생태계의 파괴로 경제적 이익을 얻는다해도 그것은 일시적일뿐 이를 상쇄할 만큼의 악영향과 부작용이 되돌아온다는 「생태학적 부머랭효과」 이론을 내세우고 있다.
반면에 기술지향주의자들은 자연환경의 보존보다 인간의 경제적 욕구를 더 존중한다. 자연은 인간을 위해 존재하며,인간은 자연을 이용하고 관리할 권리와 능력을 신으로부터 부여받았다고 믿는다. 자연을 이용하고 개발해 얻어진 고도의 편의와 소비가 사회적 진보의 척도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환경의 훼손은 불가피한 것이며,이로인해 발생하는 각종 공해피해는 과학기술로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산업혁명이후 자본주의 국가들은 줄곧 기술지향주의를 추구해왔다. 사회주의가 몰락하자 동구국가들도 이 대열을 뒤늦게 쫓아가느라 혈안이다. 그 결과 이른바 생태학적 부머랭효과가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생태주의자들의 이상이 실현되기엔 때가 너무 늦어버린 것 같다. 물론 기술지향주의자들의 예견대로 환경오염이 기술에 의해 극복되는 부분도 있다. 시궁창처럼 오염됐던 템즈강에 다시 연어들이 돌아오고,최악의 스모그 도시였던 로스앤젤레스의 대기가 맑아진 것은 모두 과학기술 덕분이다.
그러나 환경기술의 개발과 그 기술을 이용한 공해제거에는 엄청난 노력과 시간,돈이 들어간다.
정부의 수질개선대책이 예산의 뒷받침이 없다고 비난들이다. 그런 마당에 영남지역 일부 시민단체들이 수도료 납부 거부운동에 나섰다고 들린다. 먹지도 못하는 수돗물을 주고서 무슨 낯으로 물값을 달라느냐는 항의성 반발심리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렇다고 맑은 물이 거저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맑은 물을 마시려면 앞으로 수도료를 훨씬 더 내야할지도 모른다. 수질오염에는 일반국민의 책임도 결코 적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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