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남자.백색미로,폭력.선정 위험수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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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베스트셀러 소설을 극화한 MBC-TV『여자의 남자』와 KBS제2TV『백색 미로』의 폭력.선정성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다.
특히 이 두 드라마의 폭력.선정성은 한 두장면에 국한되지 않을뿐더러 소재자체가 그같은 내용이어서 애초부터 T V드라마로는 적합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여자의 남자』는 작가 김한길의 동명소설을 극화한 드라마로 유부녀인 대통령의 딸과 방송구성작가 청년의 사랑을 그리고 있다.원작이 두 사람의 애정행각과 이를 저지하는 대통령의 하수인들의 폭력을 뼈대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연출과정에 서 거른다 해도 폭력.선정성이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9일 방송된 내용중 민아가 스타킹이 발에 걸린채 성폭행당하며고통스러워하는 모습과 여자를 침대에 던지고 주먹으로 구타하며 겁탈하는 장면등은 카메라 앵글조작으로 선정성을 희석시키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도가 지나쳤다는 지적을 받고 있 다.
또 신인탤런트 석우란이 자신을 성폭행하려는 김사장을 피해 속옷 차림으로 호텔 복도로 뛰어나오는 일련의 상황들과 남녀가 밀착해 춤추는 장면이 6분이나 계속된 것도 지나친 묘사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
『백색미로』도 김성종 원작『국제열차 살인사건』을 극화한 드라마로 마약조직간의 암투,마약세계의 생리등 폭력.선정적인 묘사를피해갈 수 없는 내용을 소재로 다루고 있다.
예컨대 4일 방송 내용중 주인공 추동림이 두목의 가면을 쓰고나타난 마약조직원을 망치로 내리치고 가면을 벗기자 피범벅이 된얼굴을 보여준 것은 상황배경이 어떻든 방송장면으로서는 너무 잔혹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편 방송위원회는 24일 이 드라마의 제작진을 불러 이같은 선정.폭력성에 대한 의견진술을 듣고 경고조치를 내렸다.
제작진의 의견진술은 사과명령.연출정지등 법정제재의 전단계였는데 이번에 경고로 끝난 것은 소재자체가 가진 선정.폭력성에 대해 제작진들이 충분히 공감하고 있고,앞으로 편집과정에서 이를 반영키로 약속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한 드라마 연출자는『방송사들이 베스트 셀러의 후광을 업고 TV용으로는 부적합한 소설을 드라마화하기 보다는 드라마에 맞는 소재를 찾아내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것』이라고 말했다.
〈南再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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