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질 높일 산업디자인/정부의 「육성 5개년계획」을 보고(기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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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기술과 함께 국제경쟁력의 밑거름/「서편제」같은 각계각층의 관심 필요
정부가 93년을 산업디자인 발전 원년으로 삼아 98년까지 5백억원의 진흥기금을 조성,9천7백건의 개발과제를 선정하는 등 5개년계획을 확정한 것은 다소 늦은 감이 없지는 않으나 우리나라에 산업디자인이라는 용어가 도입된 이래 가장 획기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계획에 따라 정부는 디자인개발 여건이 취약한 중소기업에 대해 지도사업을 활발히 전개하고 산업디자인 개발에 대해서도 기술개발이나 투자와 동등한 세제·금융상의 혜택은 물론 디자인 전문회사의 육성도 적극 권장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오늘날 수출산업에서 디자인이 차지하는 비중이나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60년대말 정부는 이미 산업디자인의 중요성을 국제경쟁력 차원에서 인식하고 한국수출디자인센터를 설립,디자인 지도개발·진흥업무를 관장토록 했다.
이와함께 디자인의 후진성 탈피와 우수디자이너 양성을 목적으로 국전에 버금가는 「상공미술전람회」를 매년 개최하여 디자인의 경제개발 기여를 적극 유도해 왔다.
이같은 초기의 정부차원 지원은 산업디자인에 대한 인식확대와 함께 개발필요성 증대에 촉매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초기의 의욕적인 정책들은 무사안일과 무관심으로 점차 퇴색해 버려 제대로의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오늘날 산업디자인은 국가적 생존을 위한 경제전쟁의 첨병으로 인식되고 있다. 우리나라 제품들은 국제경쟁력이 급격히 약화되면서 디자인에서마저 뒤져 점차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이같은 시점에서 기술개발에 못지 않은 산업디자인 육성책을 제시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정부의 산업디자인 지원계획이 알찬 결실을 거두기 위해서는 산업디자인 포장개발원(KIDP)과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정부·기업·일선디자이너 및 디자인 전공교수들이 힘을 합쳐 유기적 관계를 형성할 때 우리의 디자인 경쟁력은 다시 살아날 수 있다.
그러므로 이제는 모든 디자인 전공교수들은 학연·지연을 과감히 떨쳐버리고 적극 나서야 할 때다.
교수들 자신의 발전을 위해,많은 제자들의 장래를 위해,그리고 국가 디자인 산업의 발전을 위해 자율적으로 동참해야 한다.
세계는 지금 나라마다 민족의 역사와 문화를 바탕으로 자국상품의 이미지 제고에 주력하고 있다.
찬란한 문화에 걸맞게 하이터치를 추구하는 이탈리아,기술 지상주의를 내세우는 하이테크의 독일,독특한 문화는 재창조를 위해 하이테크와 하이터치를 동시에 지향하는 일본 등은 경쟁력의 원천을 기술과 디자인에서 찾고 있다.
특히 프랑스는 예술을 사랑하는 전통 속에서도 도로·항만을 비롯한 수준 높은 디자인 등 잘 발달된 사회간접자본을 바탕으로 꾸준한 경제성장을 이룩,국민들이 여유있는 삶을 누리고 있다.
따라서 기술력의 격차를 극복하고 제품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핵심 요소가 바로 디자인 개발이라는 것을 이들 나라의 정형에서 우리는 배워야 한다.
오늘날 산업디자인은 국가의 가장 중요한 사회간접자본의 한 부문이기 때문에 이에대한 정부의 계속적인 재정투자와 관심이 없으면 발전할 수 없다. 그러므로 산업디자인 기술지도 및 진흥기관인 KIDP에 대해 대폭적인 재정지원이 시급하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디자인 관계자 집단의 결집과 디자인에 대한 인식의 저변확대를 목적으로 「디자인 주간」을 설정,산업디자인개발 성공사례 발표·산업디자인 전람회·우수디자인(GD) 상품 선정제·세미나·디자인의 밤 등 다채로운 행사를 계획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같은 행사가 행사로 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대통령의 관심표명이 있었으면 하는 기대를 해본다.
현재 상영되고 있는 『서편제』라는 영화가 대통령의 직접 관람 소식이 전해진 후 방화사상 최대의 관객동원을 이룩했듯 김영삼대통령이 디자인주간 행사에 직접 참여해 관심을 표명한다면 낙후된 산업디자인 발전에 또 다른 기폭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권명광 홍익대 산업미술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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