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기구 명칭싸고 진통/한·대만 비공식관계 수립 안팎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단교로 피차 큰 손해” 투자 다시 활기띨듯
한국과 대만 양측이 27일 조속한 시일내에 서울과 타이베이에 민간차원의 대표부를 교환 설치키로 합의함에 따라 두 나라는 지난해 8월 단교이후 단절되었던 양국관계를 민간차원의 새로운 경제·통상·문화의 동반자관계로 바꾸어가는 틀을 만들었다.
양국관계가 정상화되기까지는 상당 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었다. 우선 대만과의 단교과정에서 6공정부의 외교적 실수로 대만측에 감정적 반발을 불러일으켰었고 그 뒤 김영삼정부에 대한 대만측의 무리한 기대가 양국간의 교섭을 지연시켰었다.
그러나 양국간의 경제적인 교류 규모나 상호간에 얽힌 인적·물적관계들이 워낙 깊고 양국모두 관계단절의 장기화로 인한 정치·경제·심리적 후유증이 엄청났기 때문에 서둘러 단절의 해소방안을 모색하게 된 것이다.
단교후 11개월여 동안 물밑접촉을 해온 양측은 지난달 중순부터 일본 후쿠오카(복강)에서 비밀협상을 벌였고 지난 14일에는 방금염 대만외교부 차관이 비밀리에 방한,홍순영 외무부 차관과 회담을 갖고 비공식 관계를 맺기로 원칙적인 합의를 봤다.
그후 관계수립을 위한 마지막 정지작업으로 우리측에서는 이현홍 본부대사가,대만측에서는 김수기 전 주한 대만대사가 일본 오사카(대판)에서 실무접촉을 벌여 가장 민감한 문제인 대표기구의 명칭문제 등으로 한때 진통을 겪기도 했으나 양측 차관이 지난 24,25일 양일간 일본에서 다시 회동해 대표기구 명칭문제를 매듭지었으며,양측이 26일 하룻동안 합의문의 발표형식 등 부수적인 문제까지 합의함에 따라 1년여동안에 걸친 물밑교섭 및 실무협상은 마무리됐다.
한·대만 양측이 대표기구를 설치키로 합의하긴 했으나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한둘이 아니다. 우선 정부는 민간대표부 설치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대표부 설치시기는 양측이 모두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입장인데 한국정부는 넉넉잡아 2∼3개 월내에는 가능할 것으로 보고있다.
정부는 현재 KOTRA 등 기존의 기구를 활용하는 방안과 별도의 민간기구를 하나 만드느냐를 놓고 고심중인데 일본 등 다른 나라의 예를 보아가며 결정할 방침이다. 대표부의 역할도 현지에 있는 교민들을 보호하는 일을 우선적으로 맡되 영사기능은 하지 못한다는 원칙만 정해놓은 상태다.
대표부에 파견되는 직원들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일반 외교관들에게 부여하고 있는 특권이나 면제는 주지않기로 했다.
그러나 직원들의 원활한 업무수행을 위해 적절한 범위내에서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신분보장·세금면제 등의 혜택을 줄 방침이다.
아무튼 양국관계의 정상화로 우리기업들은 특히 무려 3천억달러나 투자되는 대만의 국가건설 6개년(91∼96년) 계획에 참여를 모색하는 등 대대만투자와 교역을 부쩍 늘려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박의준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