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약관­경계 매매 공방/올들어 벌써 백P이상 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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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장세불투명… 투자 신중해야
증시가 한치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불투명해지고 있어 투자자들에게 신중한 판단이 요구되고 있다. 각 증권회사들은 지난주말 주보를 통해 「마무리성 시세전개」,「매물소화과정 불가피」,「각종 지표 과열」 등의 표현을 동원하면서 이번주에는 주가상승세가 일단 주춤,조정을 받게될 것으로 예측했었다.
『손님들의 관심을 끌기위해 가능한한 낙관적으로 보려한다』는 눈총을 받아온 증권사들조차 조정을 기정사실화했던 셈으로 일부 증권사는 특히 「주초 조정,후반 강세」라는 구체적인 전망까지 내놓았었다.
그러나 실제 주가는 월∼수요일 3일 연속 연중최고치를 경신하는 상승세를 지속,이같은 전망을 무색하게 했다.
또 10일에는 주가가 개장 초반 한때 전날보다 10포인트 이상 뛰었다가 경계매물이 쏟아져 결국 전날보다도 4포인트가량 떨어진채 장이 마감되는 우여곡절도 빚어졌다.
이날 오전 주식을 산사람들은 상당한 주가하락을 겪어야했는데 불과 몇시간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시장상황 때문이다.
주도주도 거의 매일 바뀌어 어느 종목을 사야할지 판단이 힘들다.
수출관련 제조업주들이 꾸준한 강세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8일(조립금속·은행)→9일(운수·도매)→10일(증권·단자) 등 하루하루만 보면 빠른 속도의 순환매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때문에 내로라하는 투자분석가들도 요즈음에는 『주가 예측이 어렵다』며 한숨을 쉬고있다.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주가가 짧은 기간에 많이 올랐다는 점이 꼽히고 있다.
종합주가지수는 올들어서만 6개월 사이에 1백포인트 가량이 올라 90년 10월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물론 지난 89년 1천포인트를 넘었던 것에 비하면 『아직 멀었다』는 지적도 있지만 6공 최저치(지난해 8월)에 비해서는 3백포인트 이상 뛴 것이다.
특히 상장주식 시가총액이 국내총통화량(M2,5월말현재 99조8천억원)에 맞먹는 1백조원에 육박,3년6개월만에 사상최고치를 경신한 것을 비롯해 거래량·거래대금·고객예탁금 등 돈과 관련된 4개 지표는 모두 이달들어 차례로 사상최고치를 넘어섰다.
이때문에 증시에서는 「5고현상」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나고 있는데 향후 장세를 낙관한 「사자」세력과 단기급등후의 반낙을 우려한 「팔자」세력간에 의견이 크게 엇갈리며 치열한 매매공방이 연일 펼쳐지고 있다.
이달 들어서는 특히 주가상승에 고무된 일반투자자들이 쌈짓돈을 들고 증시로 속속 복귀하면서 시장이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다.
전문가집단인 기관·외국인들에 비해 이들은 이성보다는 감성,논리보다는 심리에 더 의존할 수밖에 없어 주가가 호·악재 등 재료보다는 분위기에 의해 좌우되는 새로운 특성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증시전문가들은 일단 ▲부동산 경기침체·금리하락 등으로 돈이 달리 갈 곳이 없는데다 ▲수출 등 실물경기도 회복세를 보이고있기 때문에 향후 장세는 밝은 것으로 보고있다.
그러나 『경계·차익매물,기관투자자들의 자금난,실명제 등의 변수가 있는만큼 지나친 낙관은 금물』이라며 특히 『분위기에 휩쓰리려 남들을 쫓가가는 식은 삼가고 해당종목의 내재가치를 중시하는 투자전략을 구사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민병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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