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노동 노동위 답변이 불씨/“노조 경영권요구 불법” 나오기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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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쟁의 합법성만 강조해 혼선/뒤늦게 문제 되자 진화 해명
인사 경영권 참여를 요구하는 쟁위행위에 대한 정당성여부를 놓고 업계·노동계에서 파문이 일고 있다.
혼선의 불씨는 12일 국회노동위에서 아폴로산업 파업의 불법성여부에 대한 이인제노동부장관의 국회답변 내용이었다.
이 장관은 인사위 동수구성,하청물량 배정때 사전합의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간 아폴로산업 노조의 쟁위행위에 대해 명확한 불법여부를 가름하지 않은채 우회적인 표현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사안이 미묘한 만큼 이 장관의 발언을 속기록대로 옮겨보자.
『파업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정당성여부로 파업의 불법성여부를 따져서는 안된다.
이는 노동쟁의조정법에 정한 절차를 지켰느냐 여부를 가지고 따져야 한다. 절차를 지켰는데 (노조가)사장을 파면시키라는 등 정당하지 못한 요구를 하면서 절차를 밟아 파업에까지 이르러 회사가 손해를 입었으면 (회사가 노조에 대해)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법으로 해결할 문제이지 (노동부가) 노동쟁의 조정법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
얼핏 이해가 쉽지 않은 이 발언의 진의를 놓고 이는 인사 경영권 참여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한 쟁의행위를 불법이라고 규정해온 기존의 정부정책을 전면 수정하는 것으로 확대해석돼 업계의 반발과 노동계의 동요를 불러왔다.
발언의 파문이 일파만파로 커지자 이 장관은 토요일인 15일 장장 5시간의 확대간부회의를 열고 자신의 발언 진의를 설명하고 토론을 유도했다.
이 회의에서 이 장관은 자신의 발언은 『쟁의행위의 정당성 여부는 민사와 형사법상의 책임이 뒤따르는 사안으로 법적으로 노동쟁의조정법의 대상이 아니며 따라서 노동쟁의의 목적이 정당한지 여부는 노동부가 관여할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즉 지금까지 인사 경영권을 요구하는 쟁의행위에 대해 교섭대상에서 빼도록 반강제적인 행정지도를 해오던 관행을 버리고 쟁의절차를 지키면 인사권 요구 등 쟁의목적의 합법성 판단은 사법부에 맡기겠다는 뜻이다.
노동부는 이같은 이 장관의 해명이 미흡했던지 17일 『인사 경영권은 사용자의 책임하에 행해지는 사항이므로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고 따라서 인사경영권 참여 요구 쟁의행위는 부당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최승부노사정책실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정부의 입장이라며 『인사경영권 참여를 요구하는 쟁의행위는 현행법상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어 업무방해나 손해배상으로 다루어질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 장관 발언 파문은 노동부의 공식적인 유권해석으로 일단 진화국면에 접어들었으나 어째서 이런 확대해석의 소동이 벌어졌느냐 하는 점은 석연치 않은 뒷맛을 남기고 있다.
노동부 주변에서는 재야 변호사 출신인 이 장관의 혁신적인 노동정책이 기존의 관행에 젖어있는 실무진들과 마찰을 일으켜 제대로 조화를 이루지 못함으로써 불쑥불쑥 오해가 빚어지고 있다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이 장관이 15일 확대 간부회의에서 결론삼아 『문민시대의 노동부는 근로자편에 서는 정부기관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실무자들의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던 사실도 어떤 불협화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쟁의행위와 관련한 노동부의 새정책은 절차와의 문제는 사법처리에 일임함으로써 그만큼 노사간의 자율책임이 커지는 반면 그에 따라 분규의 가능성도 커질 수 있는 무개입정책으로 풀이할 수 있다.
문민시대의 노사정책 정립을 위해 부조화와 진통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번 파문은 노사간의 중요한 관계변화를 나타내는 정책수립 과정에서 혼선이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다시금 되짚어봐야 할 것이다.<제정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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