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cover story]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대통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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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몇 명을 거쳐야 대통령과 연결된다고 생각할까. 사회 연결망 조사 결과 '서너 사람만 거치면 온 국민이 아는' 것으로 나타난 우리나라에서 말이다. week&팀은 R&R에 의뢰해 전국의 만 20세 이상 성인 남녀 8백명에게 "몇 사람을 거치면 노무현 대통령과 직접 연결될 것 같은가"를 물었다. 국민의 대통령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을 측정한 것이다.

응답자(무응답자 등을 제외한 2백22명)들은 평균 15.2명(16단계)을 거치면 노대통령과 연결될 것 같다고 답했다.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과도 3.6명만 통하면 연결된다'는 사회 연결망 조사 결과에 비해 무척 높은 수치다. 대통령을 직접 안다는 사람은 3명, 한 사람만 거치면 대통령과 연결된다는 응답자는 85명이었다.

거주 지역에 따라 대통령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은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노대통령의 출신지인 부산.울산.경남 지역 거주자들은 5.1명만 거치면 대통령과 연결된다고 답했다. 서울(8.7명), 광주.전라(10.8명) 지역 거주자도 대통령을 비교적 가깝게 생각하고 있었다. 대통령을 가장 멀게 생각하는 지역은 대전.충청 거주자. 대통령과 연결되려면 39.4명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대구.경북(26.9명), 인천.경기(22.5명)도 대통령이 '자신과 관계가 없다'고 느끼고 있었다.

R&R 조규형 대표(정치심리학박사)는 "대통령을 자신과 먼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건 그만큼 하소연할 데가 없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또 "온 국민의 대통령이 되지 못하고 특정 지역에 편중된 느낌을 주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직업별로는 블루 칼라(25.7명), 학생(20.3명), 자영업자(19.4명), 주부(13.3명), 화이트 칼라(10명) 순으로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대통령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이 낮을수록 대통령과 심리적 거리감을 느끼고 있었다. 20대는 27.1명, 30대는 16명, 40대는 9.8명, 50대 이상은 5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 밖에 소득이 낮을수록, 학력이 낮을수록 대통령을 멀게 생각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전화 설문 조사는 지난 5일 하루 동안 실시됐다. 8백명 중 5백70명은 '모름.무응답'을 선택했다. 조사팀은 "질문 자체가 낯설고 감이 잡히지 않아서인지 유독 무응답자가 많았다"고 분석했다. 응답자 2백30명 가운데 8명은 "1천명은 거쳐야 알 것 같다"고 답했다. 이들은 응답의 진실성이 의심돼 통계에서는 제외했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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