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수송부문 투입을(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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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사회간접자본 투자방안에 대해서도 이제는 새로운 대응을 모색할 때가 되었다. 그동안 정부는 너무 소리만 요란했을 뿐 제대로 결정한 것이 별로 없다. 고속도로가 주차장이 될 정도로 막히고 철도가 늘 혼잡하고 공항과 항만의 화물처리능력이 한계를 넘어 국민의 생활과 경제의 애로가 되니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얘기만 반복했을 뿐이다.
재원 염출방법으로 사회간접자본과 직접 관련이 많은 유류세율을 인상하고 세수를 전액 도로확충에 쓰는 방안,적극적으로 민자를 유치하는 방안,채권을 발행방안이 제기되고 검토됐으나 어느 것 하나 매듭지어놓은게 없다.
이제 새 정부가 도로 등 국가기간시설을 늘리기 위한 재원확보책으로 유류세를 목적세화 하는 방안을 다시 거론하고 있다. 이번에는 정부가 또 어떤 논의를 토대로 이를 제대로 추진하게 될지 주목된다. 산업경쟁력과 국민복지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가 더이상 결정을 미룰 여유가 없다. 구체적인 세수확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유류세를 올려 이를 전액 사회간접자본에만 활용하자는 방안은 지방재정을 현저히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관련부서의 문제제기에 걸려 협의가 진척되지 못했다. 세제 차원에서도 목적세제도가 재정의 경직성을 높이고 국민의 균형있는 부담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비판에 부닥쳤다.
그러나 지방자치제가 본격 시행되면서 중앙정부의 통제수단이 약화되고 국가사업을 둘러싸고 지역주민의 반발에 대한 조정능력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므로 사회간접자본 투자비용은 국가와 지방이 분담한다는 측면에서 유류세를 활용하는 것은 적절한 방법이라고 본다. 정부는 이와 함께 장기적으로 효율적인 국토설계 및 수송망을 구축할 수 있도록 국공채 발행 등 차입을 통한 재원조달 방식도 신중히 검토해 관련 토지를 우선 확보하는게 급하다. 사회간접투자는 당장의 경제 애로를 타개할뿐 아니라 다음 세대에까지 편익이 미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고 시급한 일이다.
우리나라 경제는 현재 물적 위기상황에 몰려있다. 육·해운 부문의 정체로 인해 90년도의 경제적 손실은 국민총생산의 1.1%에 이른다. 지난 89년과 90년 사이 제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18.4%나 늘어난데 비해 물류비용은 무려 21.2%나 증가했다. 지금까지 관행적인 방식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기업이 코스트 절감을 위해 마지막으로 도전해야 할 영역이 바로 물적 유통이다.
그동안 국가의 재정투자는 소득보상적 지원확대로 인해 사회간접자본 부문이 상대적으로 위축되어 왔다. 정부는 이를 획기적으로 늘리기 위해 국민의 담세율 증가에 따른 가용재원의 확충방안 협의를 본격화하면서 대국민 설득에도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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