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경 남자채 빌려 예선 통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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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25일(한국시간) 끝난 웨그먼스 LPGA 준우승자인 김인경(19)이 다른 사람의 클럽을 빌려 US여자오픈 예선을 통과한 사실이 27일 밝혀졌다. 김인경은 맥도널드 LPGA 챔피언십을 마친 10일, 다음날 아침 열릴 US여자오픈 예선전에 출전하기 위해 비행기로 플로리다 올랜도로 이동했다.

그러나 항공사 실수로 캐디백을 싣지 않았다. 부모나 매니저 없이 혼자 다니는 김인경에게 밤 12시에 캐디백이 오지 않았다는 소식은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다. 김인경은 올랜도에 사는 한국 선수들에게 다급하게 전화를 걸었지만 대부분 이동 중이라 통화가 되지 않았다. 마침 자동차로 이동 중이던 장정(기업은행)과 통화가 됐다. 김인경은 급하게 장정 삼촌의 클럽을 빌려 첫날 이븐파를 쳤고, 다음날 자신의 클럽으로 2언더파를 쳐 3위로 예선을 통과했다. 김인경은 "남자 클럽이라 샤프트가 딱딱해 훅이 나지 않더라"며 "핀이 왼쪽에 꽂혀 있어도 그냥 내지를 수 있는 장점도 있었다"며 웃었다. 예선을 지켜봤던 장정의 아버지 장석중씨는 "(김인경이) 새벽 2시에 집으로 찾아와 골프채를 빌려갔다. 피곤한 탓인지 1라운드는 거의 눈이 감긴 채로 경기를 치르더라"면서 "혼자서 씩씩하게 어려운 일을 해결해내며 생활하고 있는 인경이가 기특하다"고 말했다.

한편 여자 골프의 두 수퍼스타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과 미셸 위(한국이름 위성미)의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 미셸 위에 대해 "존경심과 품위가 없다"고 비난했던 소렌스탐은 US여자오픈 개막을 하루 앞둔 27일(한국시간) 인터뷰에서 "미셸 위에 대한 내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고 불편한 심경을 또다시 표출했다. 소렌스탐은 "사과하기엔 지금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미셸 위도 물러서지 않았다. 소렌스탐과 어떻게 지내느냐는 질문에 "소렌스탐을 본 적이 없다"며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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