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양식 다른 허점이용/가짜CD 유통 금융계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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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용의자 80억전매 드러나 위조규모 커질듯
시중에 가짜 양도성정기예금증서(CD)가 유통된 사실이 드러나자 온 금융계가 발칵 뒤집혔다. 사건이 확산된 11일 은행·단자·증권사들과 개인투자자들은 갖고 있는 CD가 진짜인지 발행은행에 확인하느라 부산을 떨었고 유통시장에서는 CD매물이 쏟아진 가운데 사자는 사람이 없어 거래가 평소의 절반수준으로 줄었다. 특히 개인거래는 거의 끊겼다.
금융당국은 이같은 위조가 은행마다 CD 발행양식이 각기 다른 허점을 이용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고 이를 통일,조폐공사에서 찍어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당국은 또 각 금융기관에 대해 개인이 CD를 팔아달라고 맡길 경우 반드시 발행은행에 진위여부를 확인하고 주민등록증 사본을 받아두는 등 만전을 기하도록 지시했다.
지금까지 확인된 가짜CD는 모두 1억원짜리 17장이지만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고 있는 사채업자 황의삼씨(54)가 지난 8월10일,27일 두차례에 걸쳐 모두 80억원의 진짜CD를 매입,럭키증권에 전매한 것으로 드러나 위조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즉 황씨가 일련번호를 비롯,진짜CD의 모든 것을 그대로 베껴 유통시킨 만큼 경우에 따라서는 가짜규모가 80억원에 달할 수도 있어 금융계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가짜CD로 인한 손해를 누가 떠안아야 하느냐도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문제의 황씨가 지난 9월 미국으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져 그로부터 가짜CD 5장(5억원)을 최초 매입한 대한투금이 손해를 감수할 공산이 커지고 있다. 또 고려증권에 가짜CD 9장을 넘겨준 명동 Y사채중개업소 역시 황씨로부터 이 CD를 인수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당사자가 없는만큼 지급책임을 면키 어려울 전망이다. CD는 은행이 무기명으로 발행하는 것으로 액면이 5천만원 이상이며 유통시장에서 자유롭게 매매가 가능해 기관이나 거액투자자들이 선호하고 있다.<이재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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