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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 크면 유리한 공기업 경영평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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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학생들이 매 학기 성적표를 받듯 지방 공기업들은 매년 정부로부터 경영평가라는 시험을 거쳐 성적표를 받게 된다. 전국의 지방 공기업을 지하철.도시개발.환경 등 유사한 그룹별로 나누어 상대평가를 한 후 '가.나.다.라.마'라는 등급으로 성적을 매기는 것이다. 이 성적에 따라 성과급이 차등 지급된다. 경영평가는 공기업이 대외적으로 평가되는 기본 잣대일 뿐만 아니라 직원 급여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시험인 것이다.

그런데 이같이 중요한 시험의 평가 기준과 잣대에 객관성과 형평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각 기업의 여건을 간과한 채 획일적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평가의 취지와 목적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전국 지하철 운영기관의 경영평가는 사업운영.경영관리.책임경영.고객만족 등의 지표에 의한 평가가 실시되지만, 결국에는 배점의 절반을 차지하는 운수수익 등 매출액 중심으로 평가 결과가 결정된다. 물론 공기업이기 때문에 수익을 창출하려는 노력을 해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지하철의 경우 자방자치단체에서 노선을 결정.건설하고 요금까지 책정한다. 이같이 매출액은 운영기관의 경영 노력보다 외부 요인이나 사업규모에 의해 결정되는데도, 이런 특수성이 평가에선 반영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경영혁신 평가에서 가장 우수한데도 사업규모의 한계로 인해 전체 경영평가에선 순위가 매우 뒤처지는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 벌어진다.

따라서 노선.수송 규모 등의 사업 규모나 운영기간보다는 평가 연도의 경영노력 정도와 서비스 개선을 통한 고객 만족도에 따라 평가 결과가 좌우되도록 개선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경영평가는 공기업의 경영실적을 종합 평가해 인센티브를 부여함으로써 경영상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궁극적으로 기업성과 공공성 제고라는 공기업 설립 취지를 달성하기 위해 시행하는 제도다. 이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기 위해선 하루 빨리 평가방식을 개선, 공정하고 합리적인 기준과 잣대를 마련하길 기대한다.

나석주 광주도시철도공사 전략기획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