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예절 좀 지킵시다(자,이제는…:3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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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얼굴 안보인다고 욕설·희롱·반말…
한국통신 서울번호안내국에서 114안내업무를 맡고 있는 최미나씨(34·여)는 열흘에 한번씩 돌아오는 야간근무가 두렵다.
전화번호를 묻는 가입자들의 무례·행패가 낮근무때보다 훨씬 심하기 때문이다.
최씨는 28일밤에도 『구의동 열쇠가게가 몇번이냐』는 문의에 『그렇게 막연하게 물으면 알 수 없다』고 대답했다가 봉변을 당했다. 상대방은 『그런 것도 모르면서 거기에 왜 앉아있어』라고 폭언과 욕설을 퍼붓더니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밤늦게 경찰서를 찾는 문의전화는 대부분 반말이에요. 매일 15분씩 「친절 교육」을 받고해서 성의를 다하고 있지만 대뜸 반말을 해대다 욕설로 끝나면 하루종일 불쾌해요.』
최씨처럼 매일 반복해서 경험하지는 않더라도 예의없는 전화는 거의 모든 시민이 일상에서 겪는 일이다. 먼저 거는쪽의 신분을 밝히고 상대를 확인한뒤 공손히 용건을 묻는다든가,가능한한 짧게 통화를 하는 등의 「기본예절」은 대개 무시된다.
상대방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고 대뜸 『사장좀 바꿔』 등의 반말전화에 욕설전화,전화만 걸어놓고 아무말도 않는 침묵전화에 범죄·화재 등 거짓신고 장난전화,야밤 부녀자를 괴롭히는 희롱전화,음란전화 등 「전화폭력」 백태는 전화가 상징하는 문명과는 정반대의 것들이다.
1가구 1전화시대를 넘어 개인전화 시대를 바라보는 정보화사회의 문턱에서 전화의 기본예절은 문명시민의 기초자격 아닐까.<최상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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