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행사중 「가야문화대전」/“일서 역이용”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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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국내 미공개ㆍ성격규명 안된 것 많아/일본보다 연대 뒤떨어진 유물 전시/학계 “임나일본부설 증거로 악용위험”
이달말 일본에서 개최되는 문화통신사 행사중 「가야문화대전」이 우리 의도와는 달리 일본측 문화제국주의에 이용당할 위험이 높다는 학계의 우려가 일고 있다.
학계의 이같은 우려는 「가야문화대전」에 전시될 유물들 가운데 일본출토유물보다 연대가 뒤떨어지거나 국내학자들에게 미처 공개하지 않은 것들이 상당수 있어 일본학자들이 주장하는 「가야일본부설」을 오히려 뒷받침하는 결과를 빚을 것이라는데서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정식 발굴조사보고서조차 나오지 않아 성격규명이 제대로 안된 유물들이 전시대상에 많이 포함돼 있어 이를 외국에 나가 전시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문화부가 주최하는 문화통신사 행사중 「가야문화대전」은 오는 30일 동경국립박물관에서의 개막을 시작으로 교토(동경)ㆍ후쿠오카 (복강) 등지를 돈다.
고고학계의 지적에 따르면 전시유물 가운데 김해시 대성동에서 출토된 동형동기ㆍ비형동기ㆍ은촉 등 20여점은 일본에서 발굴된 2,3세기 것에 비해 연대가 늦은 4,5세기 것으로 일본학자들이 주장하는 「임나일본부설」의 강력한 증거가 될 수 있는 유물들로 국수주의적인 일본언론의 자기중심적 보도의 소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 충남대박물관이 보관하고 있던 대왕명유개장경호는 「대왕」이라는 명문이 새겨져 있어 학술적 가치가 높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국내 학자들에겐 공개되지 않고 있다가 일본에 먼저 공개되는 것이어서 국내 학자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그동안 일부학자들에 의해 우리의 각종 유물들이 국내 고고학계보다 일본학계에 먼저 공개돼 국내 학자들은 일본보고서를 구해 연구해야 하는 등 일부 친일적 학자들의 행태에 대해 많은 비난이 있어 왔다.
이와 함께 전시될 국보 제138호 김관(호암미술관 소장)은 일본 국보가 우리나라에 전시된 적이 없고 한 나라의 국보를 다른 나라에 가지고 가 전시하는 국제적 관례가 드문 점을 감안할 때 지나친 처사라는 지적이다.
상고사학회 최몽룡교수(서울대)는 『우리문화를 일본에 알린다는 것은 좋은 취지이지만 우리나라에서 공개안된 것이나 발굴보고서가 나오지 않은 유물들이 건너간다는 것은 문제가 많다』며 『일본에서 출토된 우리 유물들도 우리나라에 들어와 전시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균형있는 문화교류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학계의 지적에 대해 국립중앙박물관 한병삼관장은 『「임나일본부설」은 일본에서도 이미 쇠퇴하고 있는 주장으로 전시될 가야유물이 우리의 문화 우월성을 입증하는 데 손색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김상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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