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때 재소한인 대거 투입/개전직전 북한국적 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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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김일성요청따라/주요임무 수행후 대부분 숙청/당시 북한 외교부 비밀문서 확인
【모스크바=연합】 소련은 북한공산정권 창출을 지원하기 위해 붉은 군대가 진주하기 이전인 1945년 8월15일부터 소련국적 고려인들을 대규모로 북한에 파견했으며 이들중 1백70여명은 한국전쟁 개시 수개월전 김일성의 요청에 따라 국적을 일제히 북한으로 바꾼후 전쟁기간중 주요임무를 수행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은 사실은 북한 외교부가 1950년 2월23일 평양주재 소련대사관에 보낸 비밀공문에서 확인됐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교부문서 176호」로 표시된 이 공문은 『1945년 8월15일부터 소련정부는 (북한의)민주주의 건설을 위해 많은 소련시민(재소 고려인 지칭)을 파견했다』고 전제하고 『이들이 공화국정부에 다방면으로 커다란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 문서는 이어 『외교부는 이들중 1백74명을 조선국민으로 국적을 바꾸어줄 것을 요청한다. 이는 앞으로 조선의 통일과 독립을 위한 투쟁,공화국 건설투쟁에 헌신토록 하려는데 있다』고 말해 임박한 한국전쟁에 이들을 최대한 이용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옐친대통령 군사보좌관 볼코고노프대장은 지난 4월 연합통신과 가진 회견에서 북한 외교부의 이같은 공문이 나오기 직전인 2월4일과 9일 스탈린과 김일성간에 오고간 암호전문에서 한국전쟁을 일으키기로 원칙적인 합의를 봤다고 증언했다.
한편 전 북한 외무차관 박길룡씨(모스크바거주)는 전쟁을 앞두고 소련의 협조로 자신을 포함한 1백70여명의 소련국적 고려인들이 갑자기 국적을 바꾸게 됐으며 이들은 전쟁중 중요임무를 수행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그러나 정전후 이들의 절반가량이 각종 구실로 처형 또는 숙청됐고 유성철(중장·작전국장)·강상호(중장·내무차관)·박병률(소장·군수국장)을 포함한 나머지는 김일성의 탄압을 피해 소련으로 돌아왔으며 현재까지도 유일하게 북한에 남아있는 인물은 최고재판소소장 방학세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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