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전세주택이 눈길 끄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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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금 더 올려 주세요." "여유가 없는데요. 한번만 봐주세요."

전·월세를 살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집 주인과 나누었을 만한 대화다.

최근 몇년간 서울과 수도권 등에 불어닥힌 집값 폭등으로 일반 서민의 상실감은 커져만 갔다. 집값과 함께 오른 전세금 걱정에 무주택서민은 계약만료기간이 두렵기만 했다. 이제라도 남들처럼 대출받아 집을 사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장지10단지 조감도

그러나 정부의 잇단 부동산대책으로 올들어 상황은 급반전됐다. 세금과 대출규제 강화, 분양가 상한제와 원가공개 도입 등으로 부동산거래가 사실상 실종되면서 집을 팔려고 하는 사람이 가격을 낮추어 내놓아도 매수자가 눈길조차 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와 SH공사가 '장기전세주택'이라는 새로운 주택을 내놓았다.

'장기전세주택'은 저소득층 주거라는 기존의 임대주택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불식시키고자 새롭게 개발한 브랜드다. 중산층 및 실수요자에 초점을 맞추어 26평형, 33평형, 45평형 등 중·대형 평형을 대상으로 한 것.

실수요자들에게 중·대형 아파트를 보급함으로써 주택개념을 '소유' 중심에서 '거주' 중심으로 탈바꿈시키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는 부동산 투기 수요를 억제해 주택가격 안정과 저소득층의 주거안정까지 돕겠다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전략인 셈이다.

송파구 장지지구와 강서구 발산지구의 장기전세주택 청약이 시작된 지난 7일 SH공사의 홈페이지는 동시접속자수가 폭증하며 서버가 다운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내집 마련의 꿈'을 장기임대주택에서 찾으려는 실수요자들이 일시에 몰렸기 때문이다.

실수요자들이 장기전세주택을 반기는 이유는 뛰어난 입지와 저렴한 비용, 차별 없는 분위기 등으로 요약된다.

SH공사에서 공급하는 장기전세주택은 서울의 대규모 택지개발지구에 건설되고 있어 입지여건이 뛰어나다. 이번에 공급되는 장지 10·11단지 218가구와 발산2단지 263가구의 경우 지하철역이 인접해 있고 사통팔달로 접근성이 뛰어나다. 특히 지구 내에 초·중·고등학교가 신설되는 등 뛰어난 교통입지와 교육환경을 자랑한다.

또 앞으로 장기전세주택이 들어설 마천, 강일, 세곡, 우면, 내곡지구외에도 발산, 상암, 신정, 천왕지구 등도 각종 편의시설이 들어서며 1급 주거지가 될 전망이다.

저렴한 거주 비용은 설명할 필요도 없다. 임대보증금이 주변 아파트 전세가의 50~80%미만으로 책정되기 때문이다. 장지지구와 발산지구의 전세가는 각각 주변 전세가의 67%, 52%에 불과하다.

발산2단지 26평형(전세가 8080만원)의 경우 계약금 1616만원을 내면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농협 등에서 최고 6000만원까지 연 4.5%의 저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발산지구 장기전세주택 당첨자는 계약금을 포함해 2000만원이면 사실상 입주가 가능한 셈이다.

실수요자가 계속 거주를 희망하는 경우 2년마다 임대계약을 갱신할 수 있는데, 재계약할 때의 전세가격은 주변전세가격에 따라 결정되지 않고 첫 전세가의 5%이내에서 인상된다.

SH공사 관계자는 "계층간 위화감 해소와 사회통합의 차원에서 장기전세와 분양주택을 하나의 단지안에 혼합배치해 다양한 소득계층이 더불어 살 수 있도록 계획했다"며 "시공도 임대와 분양 구분없이 똑같이 했고, 마감재도 동일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장기전세주택의 경우 발코니 확장과 샤시가 기본으로 제공되는 등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며 "이제 무리하게 집 장만을 하지 않더라도 내집처럼 편안하게 거주 할 수 있는 신개념의 주택문화를 SH공사가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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